은혜나눔

2013년7월28일 14기아버지학교수료소감(송상훈형제)

작성자 관리자 날짜2013.07.31 조회수1110
조 명 : 노 라 조
조 장 : 김 성 빈
이 름 : 송 상 훈


사랑하는 아내 희에게

희!
정말 오랬만에 불러봅니다. 스무살에 당신과 대학교 신입생환영회에서 동갑내기 과 동기로 만난 후 어언 26년이 흘렀습니다.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던 나를 놓지 않고 기다려 준 당신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1학년은 장학금으로 겨우 버틸 수 있었지만 군 제대 후에는 부모님과 어린 두 여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가장으로서 복학은 불가능 했기에 곧바로 공장에 취업한 나를 당신은 옆에서 격려하고 늘 지원해 주었습니다.

당신은 졸업 후 대학교에 교직원으로 입사를 했지만 첫 월급부터 나와 시댁식구들을 지원하느라 저축을 거의 못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집에서 부모님께는 이미 훌륭한 예비 며느리였고 두 여동생에게는 든든한 엄마같은 언니였죠. 당신은 두 여동생이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또한 나를 적극 지원하여 공장에서 공직에 몸담을 수 있도록 인도한 후 검찰공무원 출신의 완고한 장인어른께 인사시키고 어려운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당신의 헌신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내가 대학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두 아들의 양육과 가사를 짊어졌죠. 대학을 졸업시키고 대학원까지도 지원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런 당신의 헌신에 보답하려고 낮에는 공무원으로 일을 하고 밤에는 학생으로 주경야독하는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었죠. 대학원을 졸업하자 당신은 나에게 세무사 자격시험을 준비해 보라고 안내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학생들도 보통 3-4년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고시준비는 저에게 정말 큰 결단이 필요한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창시절 못다 한 공부에 굶주린 저를 돕고 싶어 하는 당신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마다할 수 없었습니다.

고시를 준비한 5년여의 세월을 돌이켜 보면 저는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요양병원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낙상에 의한 골절로 응급실에 입원을 했는데도 저에게 알리지 않고 당신 혼자 모든 일을 감당 했지요. 1년에 단 한번 발표하는 합격자명단에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고 조용히 숨어서 흘리던 아내의 눈물을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공부를 그만 접겠다고 선언한 다섯 번째... 합격자 명단에서 저의 이름을 확인한 당신은 울면서 제일 먼저 전화했었죠... 여보! 축하해요.

당신은 나에게 천사와 같은 존재입니다.

여보! 이제는 내가 당신에게 갚을 차례인 것 같습니다. 남아있는 여생은 당신과 신앙생활을 함께 하며 당신을 존중하고 섬기겠습니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원대한 꿈을 갖게 하고 영성교육을 시키며 건강한 체력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탕자의 아버지처럼 자녀의 자부심이 되는 아버지가 되겠습니다. 멋진 남편으로 멋진 아버지로 다시 한번 새롭게 태어나겠습니다. 당신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너무나 부족한 저를 택하여 변화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2013.07.08.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남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