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4일.
생명샘교회 면접을 보러 왔습니다. 면접을 한창 보는데, 한 집사님께서 목사님께 커피를 대접하겠다며 면접을 보는 저에게도 차 한잔을 내주셨습니다. 면접 보러 와서 커피 대접 받아보셨나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 자신감을 한껏 잃어버린 하찮은 신학생에게는 뜻깊은 환대였습니다.
2020년 12월 26일. 첫 출근을 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모든 것이 휘몰아쳤습니다. ‘나 이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드디어 하나님이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6개월이 넘는 기다림 끝에 생명샘교회에 그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유치부 선생님들, 비전진 전도사님들과 어색한 인사로 시작한 첫 주.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마음껏 만나지도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주일날 교회에서조차 함께 마주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유치부를 저는 청년 시절에도 교사로서조차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유치부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저보다 더 베테랑처럼 유치부를 섬겨온 우리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전도사는 선생님들의 따뜻한 섬김과 헌신에 정말 누군가의 말대로 숟가락만 얹은 채 한 주, 한 주 오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순도순 지하 쪽방에서 2년간 함께 울고 함께 웃은 비전진 전도사님, 목사님들이 계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전도사를 언제나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힘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2년간 함께했던 1부 찬양팀. 금요철야 성령의 바람 찬양팀 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좋은 예배자가 되어 보고자 하는 간절함을 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늘 부족한데도 매주 따뜻하게 인사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내주신 성도님들. 목사님, 전도사님들 감사합니다.
코로나로 우리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삶의 여러 자리들이 무너지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되돌릴 수 없는 아픔을 지금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예배도 그랬습니다. 교회에 모여 예배할 수 없었고, 영상으로 예배하다가 예배의 모양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예배의 습관을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일상의 예배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힘드셨나요. 얼마나 지금도 힘드신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여 함께 찬양하고 예배하고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세상은 바이러스에 무너지고 흔들리고 파괴되었지만, 또 여러 가지 아픔들로 인해 교회도 갈라지고 깨어지고 사라지기도 했지만 우리가 이렇게 함께 울고 웃고 예배하고 찬양하고 교제할 수 있는 교회를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이 저를 이 곳으로 인도해주셨다고 믿습니다. 생명샘교회와 첫 시간을 하나님이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2년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하나님은 함께하십니다. 처음과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를지 모릅니다. 코로나 때문에 교회에 못오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교회에 모여 예배한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예배의 형태도 변했고, 교제의 형태도 변했고, 섬김의 형태도 다 바뀌었지만 우리에게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그리고 내일도 동일하게 하나님의 말씀은 변함없이 우리를 향해 선포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이 오늘 우리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 중에도 이 자리를 기억하며 하나님을 찾게 하는 능력이 되는 줄 믿습니다.
이 자리에는 아마 거의 없겠지만 우리 유치부 친구들에게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저한테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 되었습니다. 처음 전도사로 만난 친구들. 이 친구들은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유치부 친구들에게 ‘관심’을 배웠습니다. 6살, 7살 되는 친구들에게 관심을 배웠다니 조금 우스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친구들은 정말 진실된 ‘관심’을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내가 알고 싶은 것만 알고자 하는 관심, 내가 필요로 하는 관심만 아니라 상대방의 모든 것을 궁금해하고 알고자 하는 진짜 관심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관심이 이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상대방의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 아닙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관심을 갖지 않으려는 얄팍한 관심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관심입니다. 이것이 바로 6살, 7살되는 유치부 친구들이 저에게 가르쳐준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유치부 친구들은 저에게 ‘다름’을 알려주었습니다. 유치부 설교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그림을 보여주며 이 친구는 왜 혼자 있을까 물어보았습니다. 한번 생각해볼까요? 왜 저 친구는 혼자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대부분 저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자신있게 손을 들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쟤는 골키퍼에요!”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말씀과 성경 속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는 내가 아는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들은 다음 세대가 다른 세대가 될 것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분명히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복음을 전해주어야 합니다. 말씀을 가르치고, 삶으로 말씀을 살아내므로 다음 세대가 하나님의 자녀, 왕같은 제사장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세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배워왔던 것을 우리가 배워온 방식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배움의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유치부 친구들이 저에게 그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다른 세대’인 다음 세대를 향해 ‘다른 방식’으로 진짜 복음만을 전하고자 하는 꿈을 꾸게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치부 친구들은 저에게 ‘함께’를 알려주었습니다. 일 년이 넘게 코로나 때문에 함께 모여 예배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대부분의 유치부 친구들이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치부 친구들은 저에게 ‘함께’하는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준 이 가르침들을 잊지 않고 다름에 관심을 갖고 함께하는 사역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듣고 배운 말씀을 기억하겠습니다. 세례정신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Sonship과 Kingship의 삶을 살아내겠습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인생의 목마름이 찾아옵니다. 인생의 목마름이 짙어지셨나요. 이제 우리를 향해 허락하신 생명수 샘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깊어질 때가 되었습니다. 목마른 자에게 값없이 주시는 생명샘 물을 퍼올려 마실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사망이 더는 우리를 주장할 수 없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만이 우리에게 있을 뿐입니다. 깊어진 삶을 우리 주님께 드리며 나아가는 사랑하는 생명샘교회 모든 성도님들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마지막으로 2년간 가장 가까이서 사역의 버팀목이 되어주신 전도사님, 목사님들. 2년간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전도사로 만들어주었던 유치부 선생님들 그리고 친구들. 한결같이 기도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유치부 부모님들과 모든 생명샘 성도님들. 감사합니다.
생명샘교회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이 일이 하나님께서 마치시는 날까지 하나님의 뜻대로 온전히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생명샘교회는 예수로, 예수로, 예수로 충만한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