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할까..? 스크립트를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정확히는 흰 종이에 지금 이 시간에 나눌 간증문을 쓰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완벽주의 성향 덕도 있지만 하나님의 일하심을 나누기 위해선 나의 연약한 모습까지 나눠지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 드러나는 것이 , 그 뒤의 사람들의 판단이 두려워진 것 같다. 오랜 기도 끝에 간증문의 참 뜻처럼 내가 아닌 하나님의 일하심만을 바라보며 나아가기를 선택했고 그제서야 한 자 한 자 써내려 갈 수 있었다.
9월 23일 L예은이, 윤경이와 함께 법화산 등산을 갔다. 등산하면서 윤경이로부터 목사님께서 쿰노트 간증을 했으면 좋겠다는 전달을 받았다. 무슨 용기였는지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내가 쿰노트를 쓴 지 오래된 것을 아시는 목사님이셨다, 선포된 하나님 말씀을 매일매일 붙들고 살라는 권유를 이렇게 전달할 수도 있음에 놀라웠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날 저녁 몇 개월만에 다시 쿰노트에 팬을 댔다. 중요한 결정이 필요하던 때에, 예쁘게 적힌 말씀 그리고 그곳에 녹아든 나의 상황과 환경을 보며 내가 어떤 태도와 선택을 할지 결단할 수 있었다. 힘이 필요한 출근길, 노트를 지하철에서 한번 싹 읽을 때마다 참 힘이 되었고 가슴에 새길만큼 소중했다.
그 진가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드러났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각자의 사명을 주셨듯, 하나님의 크신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서울의 한 호텔 레스토랑으로 나를 보내신 줄 믿는다. “접시는 여자 안 시키던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다시 동기부여가 돼요?” “어떻게 계속 웃고 있을 수가 있어요?” 등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과 타부서 직원들에게 이런 종류의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나는 놀라곤 한다. 하나님을 알기 전까지 거의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교회 다니는 것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기도와 예배만이 나의 힘이라는 대답을,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저 힘 쎄요,” “그냥 행복해요.” 라는 말로 대답하면서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웃을 수 있고 하나님을 높혀 드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는 혼자 일하는 것을 더 편안해 하고 학문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전혀 다른 곳으로, 이 또한 어떤 이유가 되었든 내가 선택했고 또 이끄심인 줄을 안다. 왕복 3시간이 넘는 출근길과 하루 평균 이만보를 걷는 나날들 속에서 퇴근 후 에베소서, 내적치유, 공소대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는 것, 비록 졸 때가 많지만 금요철야에 꾸준히 나아올 수 있는 것, 샘파 섬김이로 섬기며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는 것, 주일에도 오전근무만 하고 예배 드릴 수 있는 것 등 모두 하나님의 이끄심인 줄을 안다. 그래서 나는 내 몸이 고단하고 피곤해도 이 길을 포기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나를 단단히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감사드린다.
믿음의 걸음은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교회를 통해 알려주심에 감사드린다. 특히 내가 어려워하던 때에 그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주라는 우리 셀원의 말이 참 도움이 되었다.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우릴 향한 희생, 성령님의 위로하심이 있기에 부족한 나지만 부족하지 않는 나로 오늘 하루도 살아왔음을 안다. 내가 근심 가운데에 매일 웃을 수 있는 이유이고 아직 이 비밀을 몰라 진리를 찾아 헤매는 자들이 이 비밀을 아는데에 내가 쓰임받기를 원할 뿐이다. 그 위대한 일에 거뜬히 쓰임받는 자가 되기 위해 쿰노트 통해 매일매일 삶의 예배와 말씀과 기도만을 붙잡고 나아가기를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결단한다. 어디에 있든 그 자리로 이끌어주심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