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2014년9월26일(금요철야)-생활간증(김희선집사)

작성자 관리자 날짜2014.09.27 조회수918
* 금요철야시간 때 시간상 들려드리지 못했던 더 많은 간증의 내용들을 글로써 소개합니다.

간증문
김희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예은이를 위해 기도해주신 생명샘교회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중보기도 팀과 철야예배에서 예은이 이름을 부르짖으며 기도해주신다는 소식 들을 때마다 저희 가족은 큰 위로를 받고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연약한 지체를 위해 간구하는 여러분들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랑하는 마음을 하나님께서 풍성한 은혜로 여러분의 삶속에 배로 갚아주시시라 믿습니다. 오늘 간증을 통해서 저같은 사람에게 찾아오신, 낮은 곳으로 임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제가 경험한 그 분의 성품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자리를 그동안 사모해왔지만 막상 간증을 하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아픈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계신 여러 지체분들께 제 간증이 자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저보다 훨씬 더 힘든 과정을 겪으셨거나 겪고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예은이는 천미추 기형종이라는 질병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아픈 것을 알게된 임신 중반기, 당시 아기의 머리부터 엉덩이까지의 길이가 12cm정도였는데 엉덩이에 2-3cm정도의 큰 혹이 있었고 태어나자마자 제거수술을 받아야한다고 했습니다. 이 혹이 종양의 일종인데 크기가 너무 크면 수술할 때 출혈이 심하기 때문에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종양이 꼬리뼈 끝에 달려있는데 그 뼈의 신경부분에 근접해서 자리잡는 경우에는 수술을 하다가 신경을 건들이면 하반신 마비가 될 수도 있고, 항문과 가까이 있으면 항문까지 다 떼어내고 재건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매달 검진을 받았고 늘 기대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8개월쯤 되어서 종양이 예상보다 빨리 자라서 뱃속에서 아이 엉덩이로 가는 혈관을 끊어주는 수술을 해서 성장을 막아보려고 했는데, 혈관이 신경과 가까이에 자리잡아서 수술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의 종양이 커지면서 자궁을 압박해서 출산예정일을 한달 앞두고 조산을 했습니다. 아이의 종양은 자궁과 맞닿았던 부분이 터져서 출혈이 진행되고 있었고 급히 큰 수술했습니다. 종양은 깨끗하게 제거가 되었는데 워낙 수술부위가 커서 지혈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수술 쇼크로 간과 비장이 붓고 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태어난지 40일이 넘어서야 상태가 나아져서 퇴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퇴원을 하는 날, 엉덩이에서 떼어낸 종양을 정밀검사해보니 악성이 섞여있어서 항암치료를 받아야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천미추 기형종 중 악성이 나올 가망성은 0.01퍼센트라고 했는데 우리 예은이가 거기에 해당한 것입니다. 또 10월 말에 퇴원해서 11월 1일에 여러 과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시력은 괜찮은데 자궁안에서 아이 엉덩이가 종양에 눌려 압박을 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고관절이 탈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형외과에서 다리를 고정하는 보장구를 착용하였고, 항암치료를 위해 소아암병동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은이 출생당시 몸무게가 2.6kg 이었는데, 종양을 떼어내고 나니 1.7kg 이어서 아이가 너무 작았고, 태어나자마자 한 수술 때문에 쇼크를 받아 내장에 무리가 갔기 때문에 항암을 할 경우 간과 신장이 독성을 해독하지 못해 항암약 자체가 생명을 위협할 수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은이 같은 경우가 극히 드물어서 항암제를 얼마나 투여해야 할지 의사선생님도 참고할 자료가 없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11월 1일에 입원해서 피검사를 했더니 간 상태가 안 좋아 항암을 못한다고 일주일 후 다시 입원하라고 했습니다. 11월 11일에 입원하기 전에 신장의 기능을 점검하는 신사구체 검사라는 것을 하려고 했는데, 아이 몸에 혈관 꽂을 곳이 없었습니다. 너무 혈관이 얇아서 약물을 넣으면 혈관이 터질거라고 했습니다. 주사바늘을 양 손등과 발등에 세 번이나 꼽았는데 도저히 안되서 검사도 못하고 입원을 했습니다. 울다 지쳐 잠든 아이를 안고 병실에서 친정부모님과 저는 울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의사선생님이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그러는 겁니다. AFP라는 수치가 있는데 이게 높으면 몸 안에 미성숙한 세포가 많다는 뜻이고 예은이의 경우 그것은 암세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퇴원할 당시 14만까지 치솟았던 수치가 5만으로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항암치료를 좀 미루고 지켜보자고 하여 퇴원을 했습니다. 그 후로 일주일마다, 이 주일마다, 한 달마다 혈액검사를 하며 AFP 수치의 변동을 지켜보고 있는데, 지난 7월 정상 수치 아래로 내려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치가 20 아래로 내려가면 정상인데 7월에 9.0, 8월에 7.5 그리고 어제 9.7 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수치가 계속 떨어지기만 했었는데, 어제 검사에서 처음으로 수치가 약간 올라가서 사실 저희 가족모두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가 저희 가족에게 지난 15개월동안 있었던 일입니다. 하나하나 다 말하자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그동안의 일을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예은이를 고쳐주시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예은이를 통해서 저희 가족과 저에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자신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분의 성품을 보여주셨고, 저희가 그분의 자녀임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기도할 수 있게 해주셨고, 세상을 뛰어넘는 믿음을 경험하게 해주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예은이가 아닌 하나님과 저와의 관계, 그리고 하나님을 중심으로 그동안의 일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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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구원의 하나님, 은혜의 하나님이십니다.

예은이가 아픈 것을 처음 알게 된 날, 임신 21주차 6개월에 접어들 때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무시무시한 설명을 듣고 제가 처음 한 생각은 ‘하나님, 잘못했습니다.’였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두려웠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주관자시니까 이 고난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나태하고 교만하게 살았는지 돌아보면서 하나님이 드디어 나를 치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겉으로는 신실한 교인인 듯 행세했지만 하나님은 저를 아십니다. 저의 예배는 무너져있었습니다. 결혼 후 남편을 따라 교회를 옮기고 나서 5년째 되던 해였습니다. 시부모님이 개척교회때부터 30년을 섬겨오신 교회였고, 온 교인들이 다 아는 장로님과 권사님이셔서 제 행동 하나하나가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하나님보다 사람들을 더 의식했습니다. 여선교회에 소속되었지만 한 달에 한 번 잠시 얼굴을 보는 정도여서 5년을 다녔어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외로웠습니다. 생명샘 교회에 다닐 때는 늘 공부하듯이 메모해가며 집중해 말씀을 들었었는데, 남성교회에서는 점점 나태해져갔습니다.

생명샘교회가 그립다고 생각하면서 내 중심으로 교회를 평가했습니다. 공동체에 소속되지 못해서, 말씀에 은혜를 못 받아서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교만했습니다.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인데, 예배를 통해 내가 채워지기를 바랐습니다. 첫째를 낳고나서 본당이 아닌 유아실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자 설교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웠고, 점점 말씀에 응답하지 못하고 마음이 굳어가는 저 자신을 느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기도할 때에는 마음속에서 ‘하나님, 저 좀 붙잡아주세요. 제 손 놓으시면 안되요. 진정으로 예배드리고 싶어요’하고 고백하기도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들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예은이가 아프게 되자, 저는 하나님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 지냈으니 하나님이 나를 혼내시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 때문에 아이가 아픈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프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님께서 나를 용서해주실까 생각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이니 기도해도 들어주시지 않겠지 생각하면 기도조차 나오지 않았다가, 어떤 날은 엉엉 울면서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부르짖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의 성품을 몰라서, 하나님의 마음을 몰라서 뭐라고 기도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명샘교회 청년부를 섬기면서 예배 때마다 찬양하며 울고, 청년부 임원으로 섬기면서 신실한 척 했지만,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와 하나님을 독대한 저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성경을 읽으려고 해도 지금 내 상황과 성경말씀은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기도를 하려고 하면 스스로에게 자책감이 들어 죄스럽고 두려웠습니다.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만나고 누리는 친밀함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데 그 사랑이 뭔지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죽음에서 구원하신 것이 사랑인 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죽고 나면 기회가 없습니다. 살아있을 때 하나님을 만나서 구원받아야하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죽음 이후를 기대하며 살아야 합니다. 이것을 알려주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의 생명을 하루하루 연장해주시며 참고 기다리신다는 것이 은혜입니다. 예은이를 통해서 제가 이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벌주시려고 고통 주시려고 이런 일을 주신 게 아니라, 무너져가는 제가 안타까우셔서 이런 저에게서 길러질 아이들이 안쓰러우셔서 제게로 내려오신 겁니다. 제가 하나님 마음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오셔서 기도하게 만드시고 하나하나 이끌어 가시면서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저를 그냥 제멋대로 살게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하나님 앞에 엎드려서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기도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지만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묵상하고 기도하는 법을 배워나갔습니다. 성경을 한 장씩 읽으면서 서로 묵상을 나눠보니 예은이를 통해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정말 너무 힘들고 지쳐있었지만 말 한마디라도 위로하고 지지하고 함께 울면서 기도하면 우리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힘으로 또 하루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예은이가 퇴원하고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두 번 입원하고 퇴원했던 11월에 가정예배의 본문은 여호수아서였습니다. 그리고 백전백승 여호수아 전투처럼 예은이의 병을 온전히 치료해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의 말을 선포하려고 노력했고, 기브온 민족에게 속을지라도 그들을 품었던 여호수아처럼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야되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을 보고서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성경을 보면서는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전에는 성경을 보면 나에게 어떤 말씀을 주실까 생각했지만, 지금은 성경 속에서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보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을 알면 지금 나에게 그 분이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모든 구절이 의미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나마 깨달았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지만 저의 믿음은 여전히 연약했습니다. 가정예배에 의존했고 혼자서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예은이의 수치가 떨어지고 있는 중에도 저는 부모님의 믿음에 더 의지했습니다. 친정어머니께서 정말 육체적으로 극한의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시면서도 새벽기도를 나가셨고,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께서 가정예배를 인도하시고 다시 새벽녘에 잠이 드시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저보다 부모님이 예은이를 안고 더 많이 기도하셨습니다. 저는 마음속 깊이 부끄러우면서도 부모님보다 내 믿음이 연약하다고 생각해서 기도응답을 받아도 부모님이 받으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은이의 AFP 수치가 떨어지다가 중간에 한번 정체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이제 더 안 떨어질 것 같으니 항암치료 준비해서 다음 주에 오라고 하셨습니다. 입원하기 전 날 교회중보기도실에서 엎드려 엉엉 울며 기도했습니다.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제 속에 있던 그 마음 그대로 기도하며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 저는 믿음이 약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분간하지 못할까봐 두렵습니다. 제가 기도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믿지 못해서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 저의 자격없음을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에 의지해서 기도합니다. 저는 하나님이 예수님을 통해서 저희 죄를 사하시고 저희를 빛의 자녀로 삼으셨음을 믿습니다. 저를 보지마시고 예수님을 보셔서 예은이 고통없이 고쳐주세요.”
그러자 하나님께서 “이제야 니가 왔구나”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성경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묵상하지 말고 하나님을 보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창세기 1장 묵상을 하는데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비로소 믿어지는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전능의 하나님을 믿으니,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보다 더 큰 하나님이 보이고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 감사하고 기뻐서 두 시간동안을 베개를 적시면서 울면서 웃었습니다. 다음 날 병원에 갔는데 수치가 다시 떨어져서 다시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제 기도 때문에 예은이의 수치가 내려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걸음마를 가르치듯이 저를 인도하고 계심을 깨달았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기에 하나님께서 살아있는 우리를 연단하신다는 것을, 그것이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것을 이제야 새삼 깨달았습니다. 예은이를 통해 주신 고통의 시간이 아니었다면 아마 머리로만 알았을 것입니다. 어리석고 교만한 저에게 찾아와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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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모든 것을 이미 아시고 계획하고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저희 신랑은 예은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 떠나서 지금까지 일년 반동안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예은이가 아픈 것을 알았을 때,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임신기간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일단 출산즈음에 돌아오는 것으로 하고 근무를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33주에 가진통이 와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입원 9일째 되던 날 의사선생님께서 진통은 어느 정도 잡아서 응급상황은 아닌데, 다음날이 추석이라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수술이 불가하니 일단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하셨습니다. 신랑에게 아산병원으로 옮긴다고 연락을 하자, 남편이 갑자기 한국으로 들어오겠다고 했습니다. 추석이라 귀국항공편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든 오겠다고 하더니 마침 당일 비행기표를 구해서 바로 다음날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뜻밖에도 그 날 예은이를 낳았습니다. 저는 제왕절개후 의식이 없었고, 생각보다 심각했던 예은이의 상태 때문에 바로 응급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남편이 오지 않았다면 예은이의 수술과 저는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응급상황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남편은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하더랍니다. 그러고 돌아보니 어느 것 하나 하나님이 배열하시지 않은 일이 없었습니다. 조산을 하지 않았다면 아이의 종양이 터져 출혈이 있는 채로 뱃속에 있어서 더 위험했을 것입니다. 양수가 터지기 전에는 병원에서도 종양이 터진 줄 몰랐었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습니다. 자궁이 압박을 받지 않아서 막달까지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면 예은이의 종양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수술결과가 더 위험할 수도 있었습니다.
11월 1일 항암받으려고 처음으로 입원했는데, 간상태가 안 좋아서 그냥 퇴원하고 일주일 후에 오라고 했습니다. 일주일 후에 와서도 간 상태가 나쁘면 어쩔 수 없이 그냥 항암 치료 들어가겠다고 해서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를 안고 숨죽여 울었습니다. 의사선생님 말대로 진행하면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사선생님도 저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이 나빠서 어떻게 하나 가슴졸이며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입원해서 피검사를 하자 AFP수치가 떨어져서 항암에 안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만약 첫 입원했을 때 간 상태가 좋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오히려 간수치가 높아서 항암을 미룬 것이 하나님 은혜였습니다.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가족 모두가 항암치료의 문턱에서 돌아오게 해주신 하나님의 섬세한 인도하심에 감사했습니다. 또 친정아버지께서 작년 늑막염 수술을 하셔서 잠시 휴직중이셨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저희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리고 예은이랑 병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부모님의 믿음을 깊이 경험하게 되고 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를 공동체로 묶어 주시고 함께 기도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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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우리를 빛의 자녀로 삼아주셨습니다.

예은이의 일을 겪으면서 삶으로 믿음과 하나님을 보여주신 분들이 양가부모님이십니다. 저희를 공동체로 묶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예은이가 아픈 것을 알게 된 날, 병원에 다녀오자마자 시부모님께 연락을 드렸고 저희 집에서 친정부모님과 함께 만났습니다.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하며 울고 있는 저에게 어머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희선아. 걱정하지 마라. 내가 아는 하나님은 그런 하나님 아니시다. 기도하자. 괜찮다. 하나님이 너희 기도하게 하려고 그러시는거야. 이런 일 아니면 너희들이 기도하겠니?”
그 때 저는 어머님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그런 하나님이 아니시다’라고 확신에 차서 말씀하시면서 기도해야한다고 선포하시는 모습은 불안을 감추고 억지로 하는 말씀이 아니셨습니다. ‘아. 나도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 나의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 그동안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나님을 정말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님은 수시로 전화를 하셔서 제가 기도할 수 있도록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요나서 2장을 읽어봐라. 요나는 뱃속에 들어가자마자 이미 육지로 토해질 것을 믿고 감사기도를 드렸다. 이렇게 기도하자. 우리 예은이를 하나님이 이미 다 고치셨음을 믿고 기도하자”
“에베소서 5장을 읽어봐라. 우리는 빛의 자녀야. 하나님이 이미 모든 권세를 우리에게 주셨다. 우리가 그것을 믿고 기도하면 사단은 패할 수 밖에 없다.”
“에베소서 6장을 읽어봐라. 말씀을 무장되어있으면 사단이 아무리 불화살을 쏴도 너의 머리와 가슴을 공격할 수 없어. 두려워하지 말아라.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
어머님은 한번도 부정적인 말을 하시거나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단 한번도 항암을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항암을 받으러 입원했을 때조차도 항암받지 않고 퇴원할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친정어머님께서는 새벽기도에 예은이를 안고 나가셔서 기도하셨습니다. 아이를 재울 때마다 화장실에 들어가셔서 목이 터져라 눈물의 기도, 대적기도를 드리셨습니다. 부모님이 매일 벌이시는 영적전투를 보면서 입으로 고백하는 믿음이 아닌 삶으로 살아내는 믿음을 보았습니다. 연약하고 부족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택하신 빛의 자녀로 나를 받아들이자 기도에 힘이 생겼습니다. 사단을 자꾸 현실을 보게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을 예상하게 하고 두려워하게 합니다. 현실은 너무나 견고하고 병원에서 내미는 증거들은 너무나 강력했습니다. AFP수치가 우리를 두렵게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설명하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최악의 가능성이 가장 가슴 깊이 박혀서 내내 불안하게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AFP수치를 만드신 분이십니다. 세포를, 혈액을, 인간을 만드신 분이십니다. 우주를 만드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 분이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그분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과 3년을 동행했던 제자들이 기꺼이 죽음에 이르기 까지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신장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주사바늘을 꽂으려다 실패한 날, 울다가 잠든 아이를 안고 올라와 병실에서 찬송가를 틀었습니다. 주사바늘 하나도 못 꼽는 아이를 데리고 내일부터 항암을 받아야합니다. 찬송가를 틀어놓고 모두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찬송가를 들으며 어젯밤 가정예배에서 묵상을 나눴던 여호수아서를 떠올리니 마음이 잠잠해졌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을 정복하러 간 것이지 죽기위해서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항암을 받으러 갔지만, 살려고 간 것이고 이것도 하나님의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우리가 오늘 너무 작은 것에 마음이 많이 상했다. 그치? 앞으로 예은이가 받을 치료에 비하면 이 주사바늘 몇 번 꽂은 게 뭐가 그렇게 큰일이겠어. 앞으로 더 큰 일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 살려고 왔잖아요. 우리 가나안 정복하고 가자.”

사실 어제 예은이의 혈액검사 결과 AFP수치가 처음으로 올라갔습니다. 14만이었던 AFP수치가 지난 달 7.0까지 떨어졌다가 이번 달에 9.7 로 올라갔습니다. 어제 검사결과를 받고서는 갑자기 얼굴에 피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다음 달에 수치가 더 올라가면 어쩌지? 다시 항암을 받으라고 말하면 어쩌지? 이게 뭐지? 다시 시작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숨을 고르고 다시 생각합니다. 그동안 하나님이 보여주신 성품들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출애굽을 하면서 하나님이 기념비를 세우라 하셨던 것을 떠올리면서 예은이가 겪었던 일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께서는 본인이 만드신 창조의 질서를 깨면서까지 기적적인 방법으로 예은이를 고쳐주셨습니다. 저희는 아무 공로가 없는데도 낮은 곳으로 임하셔서 만나주시고 붙잡아 주셨습니다. 저희에게 빛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단에게 속지말고 싸워서 어두움을 몰아내라고 하셨습니다. 현실을 보지말고 약속을 붙잡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시공간을 초월하시고, 나의 눈과 귀와 생각으로 가늠할 수 없는 제한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그 분에게 의지하면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저희를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찬양받기에 합당하신 분이심을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기도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