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2014년8월15일(금요철야)-청도사역소감(이남영성도)

작성자 관리자 날짜2014.08.16 조회수843
청도신학교 사역을 신청하면서...
- 5진 이남영 성도 -

지난 7월 27일 저녁 주일찬양 예배시간에 며느리 임ㅇㅇ집사가 샘파 52기 수료소감을 발표하면서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고 하기에 아내와 함께 손자∙손녀를 데리고 살며시 예배에 참석했다. 결혼 4년차인데 아직 연주하는 것을 직접 보지 못해 궁굼하고, 혹시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안절부절 하다가 집에 맡겨 놓고 간 네살된 손자와 돌도 안 지난 손녀을 데리고 교회에 나왔다. 연주실력은 음악에 조예가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소감문을 발표하면서 하염없이 흘리는 눈물을 보니, 지난날 서로 불편했던 서글프고 아픈 상처들이 아직도 며느리 가슴속에 남아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33년전 성당에서 혼배성사를 올렸고 아들이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딸과 함께 네 식구가 성당에 다녔기 때문에 기독교를 믿는 며느리가 우리 집안에 들어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고 자녀들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었다. 아들이 군대생활을 할 때에도 부대성당에서 착실히 미사를 드렸고 온 가족이 부대에 면회 가서도 장병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곤 했는데, 제대하고 나서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신년 첫날에 일면식도 없는 교회에 다니는 지금의 며느리와 결혼을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나는 그때의 실망감과 배신감, 여러 가지 갈등과 분노로 인하여 2년여 동안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만약에 여러분이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바깥사돈(장로), 안사돈(권사), 며느리와 결혼 전 뿐만 아니라 결혼 후에도 종교적인 갈등과 견해차이로 여러 번 다투었고,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병원에 다섯번이나 입원했다. 아들과 며느리가 보기 싫어 집 전화도 끊어 버리고, 추석이나 구정 명절이 되면 세배도 받기 싫어 여행을 떠나거나 기도원으로 잠적해 버렸다. 아픔을 달래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산을 해매기도 하며 약으로 살았다. 공직생활 30여 년 동안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노후에 자식들과 오순도순 맘 편하게 살 거라고 믿었는데 물거품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자존심 때문에 남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더욱 힘들었고, 마음을 속이고 가식적인 행동을 하며 사는 내 현실이 너무 비참해 눈물도 많이 흘렸다. 사실 사는 게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그들을 성당으로 끌어 들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우리부부가 먼저 교회를 나가 마음을 다스리며 현실을 모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며느리 앞에서 태연한척 행동하였지만, 이미 소문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너희들 결혼식은 올리지만 나중에 두고 보자고 벼르던 나와, 모든 것이 절박하고 불안하여 신혼여행 끝나고 혼인신고부터 하고 집에 들렀던 아들∙며느리의 마음이 치유(내 생각이지만...)되는 데는 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께서 시련을 통하여 우리 모두를 하나 되게 만들기 위하여 험난한 길을 미리 예비해 놓으셨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며느리의 샘파 소감을 들으니 그를 미워하며 힘들게 했던 지난 일들이 하나하나 생각났다. 종교가 다르고 생각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정을 나누어 보지도 않고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내가 아직도 천주교를 믿고 있었다면 결과는 뻔했을 거 아닌가? 종교를 바꾸게 한 것도 다 하나님이 역사하신 것이라고 믿는다. 나에게는 아직 성당 납골당에 계신 아버지∙어머니가 계시고 천주교를 믿는 누나, 동생들, 다른 가족들이 있어 고민이 많다. 이 문제 또한 하나님께서 언젠가는 해답을 주시겠지... 하며, 믿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기도한다.

작년 캄보디아 해외 사역을 계획했으나 결단하지 못했는데 우리교회에서 청도신학교 사역 신청을 받는다는 기사가 생각나 아들∙며느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하나님께 회개하는 마음으로 즉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저녁예배가 끝난 후 성혁준 집사와 김순일 전도사에게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하였고 그날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김종기 마라나타 선교회 회장을 만나 기흥구청앞 커피숍에서 여권과 사진을 전달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6박 7일 동안의 청도신학교 화장실 보수공사 사역신청이 이루어졌다.
저는 2년전 이곳 생명샘교회를 홀연히 떠났다가 금년 3월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곳 박승호 목사님의 말씀이 너무 좋아 은혜가 되고, 처음에 부임해 오셔서 로마서를 같이 공부하시던 서승걸 목사님, 저처럼 천주교를 믿으셨으나 이곳 교회를 섬기고 계시는 권순화 장로님, 셀을 이끌어 주시던 김원용 집사님, 처음 교회로 저를 인도해준 고등학교 동기동창 성혁준 집사님, 아내 임연희 성도의 친구이자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김순일 전도사님,
많은 분들이 그리워서 돌아왔습니다. 떠날 때는 아내와 둘 뿐이었으나 지금은 아들∙며느리, 손자∙손녀 모두 여섯식구가 뜻을 모아 돌아왔습니다. 현재 아들∙며느리와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매주 함께 교회에 나옵니다. 이제는 이 교회와 더불어 하나님을 끝까지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믿음과 확신이 부족하고 흔들리며 방황할 때마다 주위에 계신 여러분들께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따뜻한 배려와 관심과 기도를 부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들 이ㅇㅇ집사, 며느리 임ㅇㅇ 집사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