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여름 성경 학교를 준비하며
안 해란 권사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성경학교가 다가왔습니다. 어쩜 그렇게도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지…. 올해는 또 어떤 은혜가 있을까 기대가 되지만, 연중 가장 큰 행사이기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6월 초 본격적으로 계획안을 작성해야할 날짜가 다가오자 더욱 막막했습니다. 어떤 말씀을 나누어야 할까, 주제에 적합하려면 어떤 프로그램을 짜야할까, 더군다나 일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작년이라면 하루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짰겠지만, “이렇게 반응이 좋은데 한 2일 해야 하는거 아니예요?”라는 목사님의 농담과 부모들의 반응에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오랜 회의 끝에 2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계획에 착수했지만, 현실로 돌아오니 문제가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먼저 부모들의 참여가 걱정되었습니다. 과연 토요일 날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름성경학교에 참여할까? 선생님들도 90%이상이 직장을 가지고 있는데 토요일까지 헌신을 요구하는 것은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닐까? 더군다나 재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성경학교 예산을 하루로 짰는데 과연 2일을 커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가장 마음이 쓰이는 것은 봉사자로 도와주는 둘째 딸이었습니다. 괜히 내 욕심에 딸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제게 딸이 다가와 “엄마, 내가 준비하고, 내가 계획하면 딱 그만큼까지만 실행하지만 기도하고 하나님께 맡기면 하나님이 책임지신데요.”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선생님들과 한 달 사전 기도회를 갖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아가 금식 릴레이도 계획하고 실행했습니다.
매일 저녁 8시부터 9시 30분까지, 늦은 날은 11시 30분까지 기도와 프로그램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퇴근 후 기도회에 참석하는 선생님들이 염려되었지만 믿음의 도전이라 여기고 강행했습니다. 첫 날에는 3명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둘째 날에는 배로 증가한 7명이 참여했습니다. 이후 아이들까지 함께와 매일 평균 10명의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모여 기도를 하고 프로그램을 준비 했습니다.
기도회를 하며 모든 프로그램을 하나님께 맡겨드리자 한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또한 유아부 특성상 2, 3, 4부로 나뉘어져 있어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데 기도모임을 하며 서로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감사했던 것은 모임을 진행하며 각 선생님들의 달란트를 정확히 파악, 할 일들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선생님들 개인별로 얼마나 놀라운 재능들을 가지고 있는지! 주제와 딱 맞는 프로그램을 생각해내는 선생님, 놓치기 쉬운 세밀한 부분을 잘 챙기는 선생님, 말만 하면 뚝!딱! 멋진 문서로 작업해오는 선생님, 다른 선생님들이 즐겁게 준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해주는 선생님, 회의한 내용을 꼼꼼히 정리해서 알려주시는 선생님, 필요한 물품을 빠뜨림 없이 잘 챙겨주시는 선생님, 그리고 혹시나 식사를 하지 못했을까봐 저녁까지 챙겨오며 배려해주시는 선생님까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선생님들의 멋진 하모니에 감사의 눈물이 나왔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자신이 맡은 부분을 책임감 있게 완수하였고, 손길이 필요한 부분은 솔선수범하여 서로 도왔습니다.
하지만 가장 감사한 것은 이러한 선생님들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간증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준비과정에 참여하면서 본인도 돕겠다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리고 붙이는 모습을 보니 감동이 물결처럼 밀려왔습니다. 게다가 기도모임에 참여하며 어떻게 선생님처럼 길게 기도할 수 있는지 물어보며 도전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감사가 넘쳤습니다.
감사의 제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재정이라는 가장 큰 문제를 선생님들이 십시일반 나누어 감당하기 시작했습니다. 합리적으로 질 좋고 저렴한 물건을 사는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줄 선물도 직원 할인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 선생님의 남편분께서 아이들에게 제공할 점심식사를 손수 준비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팡! 팡! 담김 주먹밥으로 말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집에서 반찬을 준비해 나누었습니다. 서로 통용하고 나누는 성경 속 그 모습이 유아부에 실현된 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너무나 걱정이 되었던 참석률도 한방에 해결되었습니다. 첫째 날에는 110명, 둘째 날에는 95명이 참석하여 자리가 부족할 만큼 차고 넘쳤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던 부분이 도움의 손길로 하나씩 채워지는 것을 보며 ‘하나님께서 하셨구나!’하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에 따라 필요를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감동으로 불편을 감수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대신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성경학교를 준비하며 잠도 넉넉히 자지 못하고, 하루에 왕복 6번의 버스를 타야했던 시간이 너무나 고되다고만 생각했는데 더 크게 채워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힘들었던 만큼 더욱 감사했던 이번 여름 성경학교는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우리 유아부 친구들과 학부모님들,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 주신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빛이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