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2012년6월15일이선영집사테라피소감문(대독)

작성자 관리자 날짜2012.06.16 조회수1109




이스라엘-윤한나 선교사 대독자 : 이선영 집사




어렸을 적에 살고 싶은 삶의 모양이 있었으나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 지 몰랐다. 18살에 헨리 나우웬의⟪상처 입은 치유자⟫를 읽게 되었고, 거기서 그동안 내가 생각해 오던 단어를 발견하였다. 그때부터 나의 비전은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었다. 어느 한 길을 가지 않기로 선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길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작년부터 학교를 그만 둘 심산으로 항상 해 오던 생활패턴을 포기하고 여러 가지 시도하는 과정 중에 적잖은 고민을 해왔다. 어느 길로 새롭게 들어서야 할 지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존재가 무너지는 느낌도 들었다. 비참한 심정으로 엎드려 물었다. 내게 들려온 주님의 음성은 세계를 품으라는 것이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순간에 세계를 품으라니, 어떻게?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왜? 그 뒤의 음성을 들으려 하지 않고 경솔한 질문만 쏟아내었다. 2012년 05월 27일 오후, 불가리아로 떠나기 전에 헨리 나우웬의⟪긍휼⟫을 읽었다. 제8장 <기도> P.176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긍휼의 삶에서 가장 강력한 경험들 중 하나는, 온 세계를 품을 수 있는 치유의 공간으로 우리 마음을 넓게 하는 것이다.’ 상처 입은 치유자의 삶은 긍휼의 삶일 것이다. 지난 날 하나님의 음성은 나의 마음이 온 세계를 품을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 되기를 원하시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참석 자격 조건에 맞지 않는 내가 인지 테라피 세미나에 참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세미나 프로그램을 통해 발견된 내 안의 주요 감정은 그리움과 두려움이었다. 내가 아홉 살 때 세 살배기 동생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음으로써 작별에 대한 두려움과 미숙함, 끝이 없는 그리움이 내 안에 깊게 자리 잡은 것이다. 또한 크게 충격을 받고 나를 돌보기엔 곤란한 정도로 몸이 약해진 어머니와 떨어져 지낸 것이 나를 정서적 고아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리니까 잘 모른다는 이유로 나의 충격과 상처와 혼란은 존중 되거나 위로 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상처에 메여있지 않게 하기 위해 나를 더욱 강하게 교육하셨으며 커가면서 나는 언제나 씩씩하게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감정과 의견과는 상관없는 일방적인 교육방식이 내 안의 공포와 무기력의 원인임을 발견하였다. 아버지의 지나치게 엄격한 태도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고, 그로인해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상한 마음을 방치해버리는(나를 돌보지 않는) 습성을 기르게 된 것으로 추측해 본다. 그 외의 순간들 중에서도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의 따돌림, 선배의 구타, 선생님으로부터의 성적 희롱 등, 여러 가지 비극이 일상 속에서 일어났다. 불쾌한 상황을 ‘당하는’입장으로 겪으며 생채기가 난 부분을 스스로 무의식이라는 감옥에 가두고 그것이 현실과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채찍질을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의식 중에도 보이지 않는 무의식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세미나 기간 동안 하루하루 단계적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그 때의 감정을 실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던 내 자신에게 서서히 다가갈 수 있었다. 다시 그 상황과 감정을 직면하다간 완전히 주저앉을까봐 두려움이 컸지만 막상 다가서보니 작고 여린 내 자신은 간절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서로가 공포의 대상이 아님을 확인하고 화해를 하였다. 프로그램의 순서가 마음껏 웃다가 한 없이 비애를 느끼다가 또 다시 웃는 식의, 끓는 물과 얼음물을 번갈아가며 역동적으로 들락날락 하는 바람에 체력 소모가 매우 커서 모든 프로그램을 완벽히 소화하기가 버거웠던 게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 한 만큼 마음 속 깊은 곳을 성찰 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17년 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동생과의 작별을 한 없이 기쁘고 흐뭇한 마음으로 하게 되었다. 천국에서 웃고 있던 동생의 모습은 감탄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해서는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 부분과, 선교사의 삶을 사신 이후 작은 걸음이지만 끊임없이 변화되고 성장하시는 모습에 자연적 치유가 되어 오던 터라 감정을 털어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을 격려해 드리고자하는 자세와 자랑스러운 마음이 좀 더 자라게 되었다.



세미나를 통해 태생부터 현재까지 인생의 굴곡을 이룬 사건들을 다루며 마음 속 상처의 원인, 즉 자기 발전의 걸림돌을 발견하고 뿌리 뽑기로 결단했으니 이제 부터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의지적으로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따라서 비워진 마음이 새로운 사랑과 은혜로 채워질 지, 아니면 또 다시 버려야 할 것들로 채워질 지 결정될 것이다. 마지막 프로그램에서 ‘나는 언제나 사랑하며, 자유하고, 나눠주며, 나아간다.’는 선포를 토대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단체 프로그램이라 주변이 신경 쓰일 법한데도 성령께서 강력한 집중력을 주셔서 의식할 틈 없이 진행에 따를 수 있어 감사했다. 우리보다 먼저 하나님 앞에 치유 받고 도전하는 삶을 사시는 담당 목사님과 장로님, 사모님과 여러 스텝 분들의 섬김과, 삶의 경험을 함께 나누어 주신 것에 큰 감사를 드린다. 참여자들이 제각각 유별나기도 했을 텐데 불평이나 찌푸린 인상을 볼 수 없었음에도 겸손함에 도전을 받았다. 또 우리가 여한 없이 웃을 수 있도록 과감히 망가져주시며, 어찌할 바를 모르며 눈물을 흘릴 땐 그 아픔을 같이 겪은 것처럼 함께 울어 주셔서 어색하지 않고 내면을 여행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특별히 자격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나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참여시켜주신,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시는 목사님께 감사를 드리며 모든 것을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께서 홀로 영광을 받으시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