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비전트립을 다녀와서>
중3 오혜민
11월쯤이었습니다. 엄마가 뜬금없이 선교를 다녀오란 말에 전 당연히 생각할 것 없이 나랑은 관련 없는 것처럼 얘기했습니다. 엄마는 강요하지 않았고 마감일이 일요일이라는 것만 알려주고 내방을 나가셨습니다. 저는 역시 그 마감일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습니다. 난 절대 안갈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시간이 지났고, 난 일요일 아침에 눈뜨기 전까지도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고 엄마는 이미 교회에 거시고 안계셨고 전 그날도 늦잠을 자느라 교회에 가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일어났을 때 갑자기 내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아직 교회라는 말에 신청서에 내 이름을 써달라고 했습니다.
내 예상과 달리 엄마의 대답은 무덤덤했습니다. 지금 물어보니까 1달 동안 하나님께 드린 기도를 믿고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저는 한참동안 “내가 지금 뭐 한거지” 하면서 멍해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거의 ‘될 되로 되라’ 였던 것 같습니다. 늦게 신청한 탓인지 내가 처음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광림수도원 성령집회’였습니다. 생명샘교회를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다니긴 했지만 작년 재작년에 이사를 2번이나 다니는 바람에 2년 동안 거의 나오지 못해서 윤빈이 언니 빼고는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니한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가진 않았지만 항상 모임에 같이 나와 줘서 한결 편할게 모임에 참석할 수있었습니다. 윤빈언니가 아니였으면 어쩌면 민진언니랑도 하영언니랑도 민하언니랑도 지금처럼 이렇게 친해지지 못했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같은 조도 아니였고 같은 방도 아니였으니까요.
6박 7일 동안 언니들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 시간을 통하여 옆에 누군가 같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하고 든든한 건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소중히 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어린 아이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하나님이, 내가 아이들 좋아하는 거 아시고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신 것 같습니다. ‘어색하면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을 가장 많이 했는데 처음부터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았습니다. 일주일동안 있으면서 사람들과 눈 마주치면 씨익 미소짓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좋은 습관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정말 한 명 한 명 사랑스러웠습니다. 솔직히 조금은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면 그런 생각 조금도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꼬옥 안아도 주고 머리도 묶어주고 같이 사진도 찍고, 손잡고 학교 안을 걸어 다니는 것도 좋았습니다. 말이 안통해도 좋았습니다. 그냥 좋았습니다. 잠깐이라도 내가 같이 있어줄 수 있다는 게. 또 자꾸자꾸 입에 뭐라도 넣어주고 싶었습니다. 동정은 절대 아닌데 뭐라고 설명할 수 없네요. 이런게 사랑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집회 때는 캄보디아 사람들이랑 같이 예배를 드렸는데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안 좋은 곳에 살면서 하나님의 대한 마음은 우리보다 훨씬 순수하고 열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회하면서 또 깨달았습니다. 나는 기도만 하면 뭐든지 들어주시는 하나님께로부터 선택받은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얘기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인걸 알면서도 하나님을 소홀히 했습니다. 다시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일예배 꼭 참석하는 것, 그리고 다시 워쉽팀에 들어가는 것, 춤 추는 걸 좋아하다보니까 워쉽으로 주님께 나아갔던 것이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이번 선교를 통해 교회도 다시 열심히 다니고, 앞으로 변할 것이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엄마가 나를 캄보디아에 너무너무 보내고 싶었는지 큰 용돈까지 걸었었습니다. 솔직히 용돈 때문에 혹했던 것도 없지 않습니다. 지금은 갔다 온 댓가로 용돈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이미 튼 선물을 받은 것처럼 뭔가 뿌듯하고 뭔가 든든하고 뭔가 꽉 채워진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홈스테이로 아이들 집에 방문한 뒤로 불평불만 했던 것 엄마한테 정말정말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깨달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 캄보디아 비전트립이었습니다. 평생동안 매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은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올 해 만나본 아이들이 내 년에도 모두 희망학교에 꼭 있기를 기도합니다. 소감문을 쓰고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것 같은 기대감에 더욱 행복합니다.
이번 기회를 허락하신 어머니와 생명샘교회, 캄보디아 희망학교 그리고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