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14 09:26
사랑하는 은기에게
너에게 편지를 쓰려니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너를 생각하면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만 떠올라 지금 마음이 무척 착잡해 진다.
갑자기 머릿속에 얼른 떠오르는 두 단어가 생각난다.
`고난과 방황` 과거의 너의 모습은 이 두 단어를 빼 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려고 하는 마음과 너도 모르게 어느새 세상으로 향해 있는 너 자신을
보면서 끊임없이 좌절하고 고통 받았지.
네가 전에 이런 말을 했었지, 하나님 말씀이 남에게는 날쌘 검같이 혼과 영, 관절과 골수를
쪼개기까지 한다는데 나에게 하나님 말씀은 무딘 칼인지, 솜방망이인지 아무런 힘을 발휘
할 수 없다고...
`왜 이렇게 변하지 않은 걸까?`라며 울부짖는 너를 볼 때 마다 가슴이 무척 아팠단다.
하지만 은기야, 이젠 알지? 변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주님의 계획과 주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몰고 있다는 것을...
그 방황과 아픔을 통해 점점 아름답게 변해가는 네가 참으로 좋았단다.
은기야 2년 전을 기억하니?
여러가지 고난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보면서 무기력과 자책감
속에서 매일 매일을 보냈었지, 늘 나가던 밖을,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나날들.
무엇이 너를 그렇게 두렵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가장 큰 고비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의 책임 등, 그 이전에 아마 하나님 안에서
너의 정체성이 어떠 했었는지 알고 싶었던 중요한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힘들었을때 하나님은 생각지도 못한 친구와 지체들을 준비하여 너에게 많은 힘과
위로를 주었던 것 생각나니? 늘 네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 했었는데 뜻밖에도
너를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그 사람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던 그 감동...
좌절과 고통의 시간이 아니었으면 결코 알 수 없었던 사랑의 시간들을 너는 지금도 잊을 수 없을
거야...
은기야.
시간이 갈수록 네가 하나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이해해 가듯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금씩
용납하고 이해해 가는 네 모습이 참으로 자랑스럽단다.
아버지 학교를 통해 지난날의 너를 점검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네게도 유익했으리라
생각한다.
하나님 안에서 멋지게 세워져갈 너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