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아버지 학교 소감)지금 천국에 계신 나의 아버지께

작성자 김동일 날짜2003.11.12 조회수4294
2003/02/14 09:10
지금 천국에 계신 나의 아버지께



김정수 장로님 당신이 저의 아버지되었음에 하나님께 무한히 감시합니다. 생존에 저의 마음과

감정을 정리하여 당신께 전하였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고인이 되신후에야 편지를 쓰게 되어

미안합니다.



아버지 생각나세요. 국민학교 3학년때 제가 가출하여 순천고등학교 앞에 있던 우리약국 앞 콘크리트

쓰레기통에서 하루를 지낸 것 말입니다. 그 다음날 집에 오니 당신이 작대기를 들고 저를 쫒아오시면서

때리려고 할 때 저는 그것을 피할려고 논두렁을 따라 도망다닌 일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나며

왠지 정겹게 느껴지는 군요.



당신은 훌륭하신 농부이셨습니다. 많은 자녀들을 키우시려고 더 많은 소득을 올리시려고 노력하신 모습

언젠가 벼를 경작하는 논에 배추를 심어 더 많은 소득을 올리시려고 하였죠. 그 여름 비가 많이 와서 배추

농사가 엉맘이 되었죠.



아버지 우리집은 고부간의 갈등이 꽤 심하였죠. 그때마다 당신은 언제나 할머니편을 드신 관계로

어머니와 자주 다투셨죠. 아버지 저가 치유와 아버지 학교를 경험해 보니 아버지의 행동이 잘못된 것

같더군요. 그러나 아버지 힘내십시오. 저가 아버지 몫까지 아내의 편에 서서 당신의 며느리인 박신아

집사를 더 사랑할게요.



아버지 저도 어느덧 서른 아홉이 되었네요. 그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어요. 엊그제 지열과 희열을

낳은것 같은데 벌써 아홉살, 일곱살이 되었습니다. 자녀에게 아버지처럼 존경받고 친구와 같은 그런

존재로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아버지 이번 주에 어머니께서 주일날 오셨다가 수요일에 내려가셨어요. 어머니의 건강도 예전과 같지

않아요. 귀가 많이 어두워진 것 같아요. 목소리를 크게 하여야만 들을 수 있으니까요. 어머니께서

기도하시다가 또는 주무시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도록 기도해 달라고 하시는 군요. 어머니를 위해 많이

기도해 주세요. 저도 어머니께서 올라오신다고 하면 기대가 되는데 막상 오시면 너무 냉냉하게 대하고는

또 내려가시면 마음이 쓰라려요.



고등학교 졸업후 처음 머리를 길어 가름마를 하게 되었죠. 그 당시 배추머리 코미디언 김병조의 가운데

가름마가 유행 했었어요. 그래서 나도 가운데 가름마를 하고 다녔는데, 그 모습을 보신 아버지께서 나를

이끌어 거울 앞에 세우고 친히 빗을 가지고 왼쪽으로 가름마를 다시 고쳐 주시면서 `자식`하고 웃으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형님들은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곳을 여행시켜 주셨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거의

먹지 못하셔서 지팡이를 의지하여 걸으셨지요. 어느 곳인지 모르지만 지팡이에 의지하여 무릎끓고

기도하시는 사진이 아직도 집에 있어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신앙을 다시 한번 점검합니다.



나는 암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타인에게 들은 터라 아버지가 신앙의 절개를 지켜달라고 기도했는데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그 당시 아비지는 둘째 형님댁에 계셨지요. 그래서 자주 전화하여 아버지의

투병 근황을 형수에게 물으면 형수는 아버지의 굳센 신앙심에 감탄해 하셨다. 언젠가 형수가 아버지의

약을 방에 들어 가셨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의 볼에 키스를 하려고 하였는데 그냥 어머니에게 키스를

하였다고 귀뜸해 주었다.



아버지 당신의 순수하고 티없이 맑은 웃움을 잊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