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나의 또다른 너에게

작성자 이한기 날짜2003.11.05 조회수4565
2002/06/17 23:36
한기에게

무슨 말로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시작해야 할는지 어렵다
어쩌면 그동안 서로에게 참 무심하게 지내지 않았나 생각든다
한동안 많이 나누었던 것들도 다 잊어버려지고 말을 하지 않은 시간이
꽤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이에 무슨 감추어 진 것이 있고 또 하지 못한 말이 있을까
남들에게 하지 못한 얘기도 참 많이 하고 또 그것에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서로 공감도 많이 했지

남에게 하고 싶지 않은 말도 서로에게는 숨겨 두지 않고 그래그랬구나
하면서 맞장구 쳐가면서 얘기도 했었지 그때 우리를 본 사람들은 흘낏
쳐다보면서 생기기는 멀쩡하게 생겨서 미친 놈인가 하는 식으로
지나치기도 했었지

남들과 나누기 힘든 우리만의 얘기들, 정말 그것을 얘기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같은 것들을 너하고 나눌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삶을 잘 지탱해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너하고의 대화가 없었다면 참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남에게 의지하기 싫어했고 또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싫어서 혼자 힘으로 안되는 것도 너에게만 투덜 거리면서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너라도 있었으니 의지하면서 해 올 수 있었던 것이 고맙다

사실 너도 이런 나에게 많이 불편했지
왜 남에게 터 놓지 않고 나한테만 그런 얘기 하냐고
왜 속내를 나누지 않고 혼자 끙끙 앓고 있냐고...

그건 나의 하찮은 자존심였었고 그걸 드러내는 건 나의 수치를 드러내는 것 같아 정말 싫었었고 그래서 너만 괴롭혔지

그동안 많이 섭섭했겠구나. 너한테 그렇게 기대면서 얘기하곤 하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하지 않고 아니 아예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잊어 버린 것 같은 나한테 말야

그래 그건 나도 인정한다
왜 그랬냐고? 나한테는 또 다른 내가 생긴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니?
그로 인해 많은 것을 너하고 나누지 않고 그 나에게 하니까 깜빡 너를 잊어 버리게 되었구나
그만큼 그 나는 나와 많은 얘기를 하게 된 사이가 된 거지
그 부분만큼은 너도 인정하기로 했던 부분이 아니었나? 나하고 약속할 때 그런 정도는 이젠 다른 나하고 나누어도 괜찮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했잖니.

하지만 난 너를 잊지 않는다 너는 너만이 가지고 있는 게 있거든
아직도 난 내 조그만 자존심이라는 게 있어서 그 나에게도 나누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너만은 그걸 받 아 들여 줄 수 있잖니

그런 너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 가고 있지

너도 알지만 10여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우리에게 있었지
우리만의 관계에 또 다른 나가 들어 오고 그리고 작은 나 또한 생겨 났고
또 내가 너와의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관계가 있음을 알게도
되었지

아버지와의 관계는 더 더욱 큰 부분이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그만큼 우리 사이도 많이 변했지?
하지만 그런 것 정도는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우리 사이지 않니
이 모든 것들을 포용하고 또 그들과 나누면서 살게 된 것도 다 네가 인정해 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너하고의 대화는 나에게 정말 소중했고 그로 인해 참 많은 것을 해 낼 수 있었지않니 그만큼 앞으로도 너 는 나를 지켜 줄 거라고 믿어

그냥 조용히 옆에서 지켜 봐 주렴
내가 또 다른 나하고 작은 나들과 함께 가는 길을 묵묵히 옆에서 같이 가 주렴
그들은 너가 있는 것을 잘 모르지만 너의 존재를 어렴풋이는 느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구가 있는 나를 더 신뢰할 거고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하면 더 든든하니까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이 소중했듯이 앞으로 함께 할 시간도 나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을 거라 믿는다

너를 사랑한다.

2002. 5.26 한기가 또 다른 한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