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차 테라피를 다녀와서
안응희 지파 조한진 가족 김성배 집사
밤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니 둥글둥글해집니다.
살갖에 닿는 느낌도 촉촉하고 시원하네요.
테라피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 기대 반, 우려 반이 머릿 속에 들어옵니다.
그 시절, 그 순간만 생각하면 숨이 멎고 가슴이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내 속에서 올라오고 뒤이어 함께 오는 ‘슬픔’으로 인해 한동안 일을 못 할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 가슴 속 한구석, 깊은 창고에 꼭꼭 묻어 놓았던 상처...
그 상처들이 아무 문제가 없으면 좋은데, 이것이 내 삶속에서 어떤 상황이 올 때마다 감정을 흔들어 전혀 다른 판단을 하게 만든다는 것을 안건 얼마되지 않은 일이었지요.
처음에는 그냥 이겨내야 하고, 참아야 하는 줄만 알았던 상처들이 조심스레 들추어 보니 전혀 줄어들어 있지 않았고 오히려 이제는 너무 단단하게 굳어져 돌처럼 되어 버렸더군요.
고흥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르며 우미산 중턱에서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바다. 그 위를 한 두 척의 배들이 스케치하듯 지나다니고 바람을 타고 새들도 수놓듯 이 섬과 저 섬을 오가고 있더군요.
그것들을 한자리에서 한동안 바라보면서 내 속에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고 대청소를 하기로 마음을 먹으며 산을 내려왔습니다.
첫 날부터 가슴 속에 있었던 찌꺼기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작업은 서서히 시작되었지만, 교회 내 다른 훈련을 통해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갔던 터라 쉽게 꺼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감정의 찌꺼기가 너무 많았다 라는 것이죠.
참고, 참고, 또 참아내고...
그렇게 쌓아두었던 것들이 어느새 마음의 창고를 가득 메우고 있더라구요.
좀 놀라긴 했지만, 빼곡히 감정일기를 써가며 목록들을 정리했습니다.
그 중에 가능한 것들은 그때그때 치유기도를 하고 해결이 안 되는 것은 따로 기록해 토설의 그날에 주님께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날로 향하는 발걸음은 연일 흔들어 놓은 감정의 무게로 고통스러웠지만,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고흥에서 마지막 날 밤...
토설의 시간이 되자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깨에, 머리에, 가슴 속에 있던 모든 감정을 주님 앞에 쏟아놓았습니다. 그리고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아무 말도 나오질 않고 눈물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정작 하나하나 말씀드리려 하니 너무 많은 문제 앞에 오히려 말문이 막히고 답답해지더니 결국 눈물만 나오더라구요.
박스라도 두드려야 하나?
옆에서는 악을 쓰는데 난 뭐지?
당황스럽더군요.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과 멍한 마음에 우두커니 있는데, 이때 주님이 먼저 가만히 오셔서 만져주시고 제 상처들을 살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제 손을 잡고 그 사건, 그 사연들이 있었던 곳으로 가시고 거기서 제 마음을 다시 만지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작업이 몇 번 있고서야 주님께 비로서 토설을 시작 할 수 있었고 그날 밤 우리 주님께서는 제 오래된 상처들을 하나 하나 치료하시고 싸매어 주셨습니다.
많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밤새 주님 품에서 안식과 평안을 얻어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숙면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하나님께서는 촉촉한 비를 허락하셔서 밤새 소용돌이쳤던 마음의 바다를 잔잔하게 하시고 산과 들의 묵은 때를 벗겨내셨습니다. 제 감정의 묵은 때도 이때 같이 씻겨 내려감을 느낍니다.
고흥에 내린 비는 선물.
하나님께서 감추어 두신
그렇지만
너무나 주고 싶어 하셨던
은혜의 징표.
흙 내음 품은 비가
땅을 향해
바다를 향해
팔을 벌리자.
우리가 그 축복을
땅보다 먼저 맞이한다.
그렇구나
내일이면 우리도
신앙의 키를 한 자는
더 할 수 있겠네...
이 모든 것을 계획하시고 이끄신 하나님과 제 마음에 찾아오셔서 상처를 싸매 주신 우리 주님, 위로의 영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으신 성령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의 찬양을 드립니다.
그리고 같이 울고 웃어 주셨던 섬김이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같은 은혜가 깃들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