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나의 의가 너무 강해 모든 일을 내가 다 해결하려고 달려들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는 내 생활의 문제들이 이길 수 없는 큰 파도로 나를 삼키기 일보직전이었다.
4~7세 때까지 엄마의 직장생활로 인한 외로움, 엄마를 집에 있게 하려고 퇴근때마다 동생을 구타해서 울렸던 애정에 굶주린 아이의 모습, 지금 나의 일중독과 완전주의 성향이 엄마의 방치로 인해 엄마에게 인정받으려는 아이의 마음이 원인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아버지의 강압적인(남자는 절대 남앞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세뇌교육이 지금껏 힘들어도 힘들다는 소리내지 않고 혼자 삭이며 하나님께조차 내려놓지 못하고 끙끙대다 속이 곪아버린 나를 있게 한 원인이었다.
아버지의 강압패턴을 그대로 물려받은 나는 어느덧 칭찬을 모르는 아빠가 되어 있었다. 아내의 항암치료때 두 아들에게 무관심했고, 아이들의 요구를 묵살했으며, 너무 어린 나이에 포기하는 법을 가르쳤었다. 어린이로서 마음껏 즐겁게 놀게 해 줘야 했는데 말이다. 이 글을 빌어 두 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특히 큰 아이의 늑장부림이 나의 강압적인 양육패턴에서 기인함을 듣고 그것이 아이의 잘못인양 그간 참 많이도 윽박지른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고, 늦지 않았다면 두 아이의 가장 좋은 친구요 상담자가 되고 싶다.
그동안 징벌에서도 잘못한 것에 비해 훨씬 더 과장되게 체벌을 가했던 걸 기억한다. 생각해보면 사회에서 상사에게 억눌리고 스트레스 받은 것을 자식들과 아내에게 강자의 입장에서 쏟아부었던 비겁자의 모습이었다.
그동안의 생활속에서 모든 고난을 속으로 삭히며 견뎌내면 멋있게 보이는 줄 착각속에 살았었다. 속은 곪디곪았는데도 말이다. 부정축재하는 상사, 이기적인 생활로 조직을 힘들게 하는 후배직원들, 이들이 나의 술안주였고 스트레스의 주원인이었으며, 아내의 투병과 어려운 경제여건 등 '탈출이 불가능한 늪'이라 생각했었다.
지금은 건강하지만 2년전 아내가 투병할 때 아내와의 사별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아내를 잃는 것보다 두 아이의 엄마를 잃는다는 사실이 가슴을 찢었었다. 지금은 그냥 우리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럽고 감사하다.
내일 당장 돌아가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마음밭이 바뀌어 세상을 볼 때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내가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살리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면 어색한 짝퉁 살리기가 습관이 된 진짜 살리기가 되지 않을까?
함께 한 여러 형제들의 삶에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하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