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15년 7월 19일 - 8기 어머니학교졸업소감(김혜정집사)

작성자 관리자 날짜2015.07.22 조회수695

- 어머니학교 졸업소감문 -


7조 김혜정B

지난 5월, 생각지 못한 건강검진결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종양이 의심되니
정밀검사를 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떤 확진을 받은 것도 아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눈을 뜨고
있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모두 싫고 그냥 시간이 멈춰 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얼마 후
정밀검사를 받게 되었고, 그 결과 갑상선에 양성결절, 양쪽 폐 사이의 공간에 7센티미터
가량의 다소 큰 물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당장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6개월 뒤 경과를 관찰해 보자는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안도와 감사가
나왔습니다.
근심과 염려로 인해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던 마음이 하루아침에 가벼워지진 않았지만,
매일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조금씩 회복되어 갔고, 문득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순탄했던 나의 삶이 나의 노력과 의지로 된 것이라 무의식중에
여겨왔었는데, 이제 보니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이러한 신체적인 연약함을 통해 알려주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뺀질거리며
어떻게든 피해가려고 했던 교회의 프로그램들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어머니학교와 아버지학교가 게스트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된 것
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어머니학교는 사실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애써 모른 척 해왔던, 하지만 언제나 나의 발목을 잡던 여러 상처들을 갑자기 마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특히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 감추어져 있던 상처가 보이니 견디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이런 말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감춘 것은 더 썩어가고
드러낸 것은 점점 아물어간다.' 지금까지 덮어뒀다가 썩어버린 부분을 도려내는 작업은 꼭
거쳐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 삶의 모든 영역들이 서서히 썩어갈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은 해보자는 맘으로 주어진 과제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니학교가 진행되는 동안 주어진 주된 과제는 편지쓰기였습니다. 그중 부모님께 쓰는 편지는
제게 가장 힘든 과제였습니다. 저희 부모님과 저는 지금껏 커다란 갈등 없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어머니학교를 통해, 실제로는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서로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다 익숙한 굳은살이 되었고, 그것이
평범함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부모님에게 편지를 쓸 때는 마음속에 부모님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 등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써 놓은 편지를 읽어보니, 거기에는 구구절절 이기적인 내 모습이 있었습니다.
나의 부모님이 내가 원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태 투정하는
어린 아이가 보였습니다. 그때의 부모님이 어떤 상황이었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헤아리기를
거부하고, 고집스럽게 등을 돌린 채 상처받았던 순간만을 기억하며 독을 품은 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스스로는 존귀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타인에게는 인정받고 칭찬받기만 원하던
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음번 과제에서 다시 편지를 쓰자 행복했던 기억이나 감사한 기억들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싫었던 것, 괴로웠던 것만 떠올릴 때는 제 마음이 지옥이었는데, 이제는
아니었습니다. 나쁜 기억 한 가지는 20년이 넘도록 잘도 기억하지만 좋았던 기억 열 가지는
당연하게 여기며 기억하지 않았던 스스로를 발견하였고, 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래서 편지 쓰기를 과제로 내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많은 부분에서 치유가 필요하지만,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가 시작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 안의 왜곡되고 비뚤어진 자아를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남편과 자녀를 사랑과 기쁨으로 섬기는
건강한 어머니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저에게 주어진 어머니라는 사명을 잘 감당해
낼 수 있도록 늘 주님과 교제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5주 동안 사랑으로 섬겨주신 많은 섬김이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기도와 수고로 필요한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무릎 꿇고 발을 씻기신 그 섬김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따뜻함을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