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이시하 유아 세례 간증문

 

이사무엘, 오윤미

 

 

저희 셋째, 사랑하는 딸 시하가 세례를 받게 되어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 아이가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교회와 공동체 앞에서 세례를 통해 신앙을 고백하고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는 복되고 귀한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간증할 수 있게 하심도 감사드립니다.

 

시하는 입양을 통해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입양을 결단하게 된 데에는 크게 3가지가 영향을 주었습니다. 

 

첫 째는 대학시절부터 저의 신앙 리더였던 선배 형의 셋째 입양이었습니다. 7년전 형의 가족이 셋째를 입양하는 것을 보았고 그 가족이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호감을 가질 수있었던 것 같습니다. 입양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이 되는 방법 중 하나이구나 라는 자연스런 생각을 가질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4년전에 보았던 ‘드롭박스’라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갓 태어난 아기들이 버려지고 죽는 것을막고자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대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경제 대국임에도 여전히 연간 수백명의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고 있습니다. 10여년 전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의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국내입양이 불가하기에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은 다행히 발견된다면 시설로 보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공동체를 운영하는목사님은 새벽잠을 설쳐가며 베이비박스를 지키고 계셨고, 시설로도 보내지기 힘든 중증 장애아 13명을 직접 입양해서 키우고 계셨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목사님께 질문을 합니다. 이렇게 힘든 일을 왜 하냐고? 그러자 목사님께서 덤덤히 답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죄 많은 저를 아무런 조건없이 양자 삼아주셨기에... 저를 자녀 삼아 주셨기에, 저도 자녀 삼습니다”. 

 

이 한 마디가 저희 부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메아리 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첫째, 둘째 아들 둘을 낳고 키우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습니다. 오래도록 품고 먹이고 재우고기르고 가르치며 하루하루 시간이 갈 수록 사람이 되어가고, 또한 저희 부부도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느리지만 조금씩 성숙해 가는 모습을 봅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생명, 한 영혼에게 가지시는 사랑과 관심, 그리고 기대가 어떠하신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생명들을 통해 이 땅을 회복시키시고, 구속사를 완성해 가시고자 하는 그 마음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생각해보았습니다. 날마다 회사 집을 오가는 삶을 사는 평범한 직장인, 두 아들 육아에 메여 무엇할 수 없는 전업주부, 한국의 평범한 사람으로 일상을 사는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의 구속사를 살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에 입양에 대한 마음을 열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능력이 없지만 한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식탁에 숟가락 하나를 더 놓으면 되고, 우리가 자는 방에 한자리만 더 마련하면 되고, 여럿은 아니어도 한 명 정도라면 평생 가족으로 함께 하며 사랑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을 품고 기도하자 하나님께서 저희의 마음 가운데 기쁨과 평안, 또한 기대함을허락해 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하가 가족이 되기까지 꼬박 1년 8개월이 걸렸습니다. 2018년 11월 입양기관에 상담을 요청해 시작된 입양은 아주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입양부모교육은 물론 건강진단, 10년간의 병적기록, 출생부터 성장배경, 교육정도, 재산, 범죄 기록, 약물중독, 알콜중독, 하루 온 종일 치러진 심리검사, 여러차례의 가정방문 조사까지 기관과 법원에서는 저희 두 사람이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중복해서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긴 과정을 보내며 시하를 기다렸고 지난해 11월 드디어 시하를 만났습니다. 위탁부모 자격으로 시하를 데려와 법원이 입양허가를 내어주기까지 또 여러 법적, 행정적 절차를 마치기까지 반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어렵고 지루한 과정을 보내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녀 삼으신다는 것의 의미가 새삼스러웠습니다. 부모가 되기 위해 많은 자격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부모가 되기 위해 희생과 헌신, 결단이 요구된다는 것. 그것은 우리 몸을 통해 낳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동일함을 또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성경이 말씀하시는 우리를 자녀 삼아주심, 하나님의 양자가 되어 예수님과 형제가 되는 이 법적인 관계가 얼마나 온전하며, 자녀로서 동일한 자격을 가지고 같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는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시하가 온 지 8개월이 되었습니다. 생후 60일이었던 아이는 이제 돌이 다 되어갑니다. 그동안 저희 부부는 오랜만에 다시 밤잠을 설쳐가며 신생아 육아를 해야 했습니다. 이 아이를 키우며 사랑하는 것은 하루하루가 실전이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피할 길 없이 살아내야 하는 삶입니다. 첫째, 둘째와 마찬가지로 이 녀석도 쉽지는 않습니다. 때로 키우는 것이 지치고 힘들 때도 많이 있습니다. 사랑하겠다고 결심했지만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정말 큰 은혜가 있습니다.

 

우리가 한 것이 아니구나. 우리 의가 아니구나. 주님이 주신 마음이었구나. 이 아이를 우리의 자녀로 평생 품으려는 마음이 우리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자격없는 저희를 엄마와 아빠로 세우시고 이 아이들을 보내주시고 청지기로 맡겨주신 은혜가 감사합니다. 이 생명들을 보살피고 날마다 사랑할 수 있게 하신 사랑받는자, 사랑하는 자로 살 수 있게 하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가족이 되어평생을 함께 하며 매일 어제보다 조금 더 자기를 부인하고, 내려놓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랑의 훈련을 하게하시니 감사합니다. 시하를 우리의 구속사로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마다 사랑할 수 있는 마음과 사랑의 능력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나 하나님의 자녀들로서 사랑하며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며 살 것을 기대합니다. 오늘 그런마음으로 시하가 세례를 받습니다. 저희 부부도 부모로서 이 아이를 하나님의 자녀로 최선을 다해 양육하겠습니다.

 

부족하고 연약한 저희들에게 사랑으로 다가와 주시고,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땅에서 사는 하나님 나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게 하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시하가가족이 되는 동안 응원과 격려해주시고 기도로 함께 해주신 담임목사님과 교회와 공동체의 리더들과 지체들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시하를 손녀로 너무나 예뻐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부모님들께도 감사합니다. 이 사랑과 믿음의 유산을 계속 흘려 보내겠습니다. 

 

바라기는 우리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랑하는 젊은 가정들에서 입양의 소식들이 들리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보내신 귀한 생명들이 버려지지 않고 지켜지며, 믿음의 가정들에서 양육되어져 하나님 나라의 귀한 자녀들로 자라나 우리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7월 12일 주일 이시하 세례를 받으며

아빠 이사무엘, 엄마 오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