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교회에서 집사님들이 저에게 남집사님이 남편을 엄청 사랑하셔요”,  남집사님이 노집사님을 그렇게 좋아한다니까요?”라고 하면 저는 당췌 한 다리 건너 듣는 사랑 고백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살면 살수록 저에게 차가운 목소리와 무표정한 얼굴을 더 많이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말했길래 아내가 저를 사랑한다는 소문이 도는지 너무도 궁금하고 한편으론 억울 했습니다. 나에게만 보여주는 아내의 숨겨진 모습을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역시 하나님은 제 마음을 잘 아시고 마침내 드디어 아내를 고발할 기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아내가 셀장님과 일대 일을 하기로 했는데, 셀장님의 남편 집사님께서 힘들어 하는 저를 생각하시고 혹시 부부가 함께 예배의 회복을 위해 레위기를 나누며, 교제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고, 아내의 숨겨진 모습을 고발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저는 너무도 설레어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심지어 그 날이 기다려졌습니다.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 어디까지 오픈 할 수 있는지, 과연 어디까지 얘기해도 될지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부부끼리의 교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 ...도 돼 .”라고 하는 말이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만하나 둘 시작한 참고 참았던 이야기들이 날이 갈수록 수습되지 않고 마구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부당한 모습을 고발하면 할수록 도리어 제가 아내 마음을 몰라주는 나쁜 놈이 되어 가고 있는 것 입니다. 하필! 남편 집사님은 제 아내와 기질과 생각이 비슷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아내의 드러나지 않는 마음과 생각들을 본인의 이야기처럼 잘 이해하셨고, 그것들을 정리하여 제가 이해하기 쉽게 아내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입니다. 고발하려 했던 사건들은 어느새 아내의 행동과 말투가 왜 그랬는지, 아내의 사연들을 알아가고 이해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여자 셀장 집사님이 저와 기질과 생각이 굉장히 비슷하여 저에 대한 생각을 제 아내에게, 여자의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두 부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니 우리 부부의 일방적 표현으로 막혀있던 부분들이 서로의 담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매주 교제를 통하여  아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표현 하는 방법이 내가 생각하는 방법과 달랐을 뿐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10년을 그렇게 서로를 모르며 점점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곳에 출근하고 같이 붙어 있었던 시간 속에서도 서로 부딪히면 쟤는 왜 저래하며 속으로 불평 불만만 했을 뿐이지 아내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셀장 부부는 10년을 연애하시고 20년을 같이 사시면서도 아직도 서로를 사랑스러워 하시고 매일 존경스러운 면을 새롭게 발견하신다니 저희 부부는 셀장 집사님 부부가 닮고 싶었습니다. 함께 모이고 나누는 모든 시간 가운데 성령님께서 함께하셨고, 우리 부부의 마음을 만져 주셔서 우리 부부는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 가고 조금씩 부부관계에 회복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부부간의 나눔은 삶의 영역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코로나가 아무리 우리를 막아도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은 막을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었던 가슴 벅찬 감동의 만남들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저희가 살던 집이 계약만료가 되어 11월 말까지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몇 주가 지나가고 이사 날이 가까워져도 집이 구해지지가 않는 것입니다. 점점 촉박 해지는 일정에, 조건들을 하나 둘 내려놓고 이젠 쓰러져가는 집이라도 들어가야 할 생각에 자포자기 하며 지쳐 기도조차 잘 나오지 못했던 그때!!! 마침 희한하게도 교회와 학교에서 가깝고 깨끗하며, 화장실이 두 개인 집이 나왔습니다. 집사님 부부가 가게로 찾아오셨다가 함께 보러 가게 되었는데, 정해 진 날짜에 불과 몇 주를 남기고, 월세도 아닌 전세로 계약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솔직히 저는 기도를 많이 못했습니다. 엎치고 덮친 상황과 환경에 너무 지치고 힘들어 기도할 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저의 기도가 아니라 집사님 부부와 많은 중보해주신 분들의 기도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고 확신합니다. 집사님 부부가 입주 청소 하는 날 도와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날 너무도 기쁜 표정으로 회사가 끝나자 마자 달려 오셔서 짜장면을 함께 먹은 후 집사님 부부는 청소하기도 힘든 화장실을 자원하셔서 하나씩 맡으셔서 우리보다 더 신나고 즐겁게 청소를 해주셨습니다. 그 모습은 기도를 정말 열심히 해서 응답을 받아 주님께서 허락하신 은혜에 감사함으로 나타나는, 기쁘고 행복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집사님들이 자신의 일처럼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셨다는 것을 저희 부부는 찐하게 느꼈습니다.

 부부간의 교제를 통해 아내와 제가 함께 살아나고, 부부관계가 회복되는 놀라운 변화가 아름다운 변화로 우리의 삶에 베어 들어 갔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오는 그 날이, 주일 다음으로 기다려졌습니다. 힘들고 지친 일들이 있을 때마다 주일과 만남의 날을 거치면 놀랍게도 말씀으로 답을 찾게 되고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바로 서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부부가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코로나로 만나기 어려운 지금은 온라인으로 매주 만나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다 똑같은 죄인인 우리끼리는 누군가를 섬긴다는 말 보다는 함께한다는 말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또 예수님의 가장 큰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공감하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육신을 입고 오셔서 죄인 된 우리와 함께 해 주신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축복인가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함께 해주신 것처럼, 집사님 부부는 우리 부부의 삶에 찾아오셔서 우리의 상황에 공감해주시려 애쓰시고 모든 일들 가운데 함께 해주시고 함께 기도해 주셨습니다. 저와 아내는 예수님을 닮기 위해 노력하시는 집사님 부부를 바싹 뒤 쫓는 부부가 되겠다고 결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