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진 서영미 지파, 문경희 셀, 이성자 집사]
QT. 마가복음 14장
말씀 요약
예수를 죽일 방도를 찾다 (막14:1~2)
예수의 머리에 향유를 붓다 (막14:3~9)
유다가 배반하다 (막14:10~11)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지키시다 (막14:12~21)
마지막 만찬 (막14:22~26)
베드로가 부인할 것을 예언하시다 (막14:27~31)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다 (막14:32~42)
잡히시다 (막14:43~50)
한 청년이 벗은 몸으로 도망하다 (막14:51~52)
공회 앞에 서시다 (막14:53~65)
베드로가 예수를 알지 못한다고 하다 (막14:66~72)
소감 및 적용
공부 못하는 학생은 수업 시작하면 오늘 배울 내용이 전부 몇 페이지인지 책장을 넘겨보고 한숨을 쉽니다. 예, 제가 딱 그렇습니다. 큐티를 진행 할 마가복음 14장은 신약에서 가장 길다는 마태복음 26장과 거의 같은 순서와 내용입니다. 다른 게 있다면 마태복음 26장은 75절이고 마가복음은 그거보다 고작 3절 작은 72절이라는 정도일까요. 하지만 이토록 숨 막히게 많은 일이 있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묵상할 것이 없는 이번 큐티에 하나님이 제게 주신 은혜는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지난 2월 6일, 아빠가 주님이 예비하신 고향집으로 가셨습니다. 하반신은 움직일 수 없으셨지만 일주일에 홍어무침 1kg를 다 드실 만큼 건강하셨습니다. 교회에 가시는 엄마와 다투시고 핑계를 대며 교회에 발길을 끊으셨지만, 하반신을 쓰지 못해 입원해계시던 지난 6개월, 아빠 홀로 간절히 하나님을 그리던 시간이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좀 지나면 코로나도 잠잠해져서 아빠 면회도 되겠지. 그때 목사님을 모시고 가서 세례 받으시게 도와드리자, 아빠 아직 건강하시니까 코로나만 잠잠해 지면...이라고 제멋대로 합리화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내 감염이 늘면서 면회 기회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고민을 김종숙 전도사님께 털어놓자, 제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진 목사님의 일정을 확인해주셨고, 진 목사님은 당장에라도 병원에 와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병원 측에선 가족 2인 외에는 절대 면회 금지로, 목사님이 면회를 통해 세례를 베푸실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영혼을 귀하게 여기셨던 교회에서는 면회가 안되면 줌으로라도 세례를 주시겠다며 아마도 아빠 외에는 전무후무할 줌 세례를 준비하셨습니다.
세례 얘기를 전하자마자 정정하시던 아빠는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집중치료실로 옮기셨습니다. 그래서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5인실에서 아빠는 1인실로 옮기셨습니다. 산소포화도도 1인 집중치료실로 옮긴 후 좋아져서, 줌 세례를 받으실 동안도 아빠는 산소마스크조차 없이 계셨습니다. 교회 안에서 하는 세례식과 하나 다름없이 아빠는 세례문답을 마치셨습니다.
세례식을 마치고 아빠는 너무나 행복한 목소리로 “내 하나님, 세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오늘 세례를 받은 이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하나님...” 하시다가 발그레한 얼굴로 웃으시며 잠이 드셨습니다. 저는 아빠를 안고 있던 목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빼고 아빠가 주무시는 것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병원에서도 언제 임종하셨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잠이 드신 채로 주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집중치료실이라고 해도 아무런 장비도 하지 않고, 저랑 뽀뽀하고 만지고 농담하던 아빠. “아빠 내일은 일반 병실이 아니라 퇴원해도 돼겄어.”하며 장난쳤는데 아빠는 정말 내일인 2월 6일에 고향집으로 퇴원하셨습니다.
병상 세례가 급한 경우도 아닌데, 얘기를 꺼내자마자 생명샘 교인여부와 상관없이 아빠를 위해 팔 걷고 나서신 목사님과 전도사님, 아빠가 한 번도 스스로 말씀하신 적이 없는 세례를 제 마음에 떠올려 주시고, 아빠를 깨끗하고 쾌적한 1인실에 보내주시며, 아빠를 한량없는 구원의 확신으로 넘치게 하시고, 임종 순간의 고통을 너무도 두려워하셨는데, 웃으며 잠든 채 안고가신 하나님. 모든 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 준비하시고 진행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조 오억개 입이 있어도 그 입 다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성찬식 때마다 주님의 식탁에 함께 앉아 만찬을 하고 있을 아빠를 떠올리겠지요. 아빠의 위패에 ‘성도’라고 쓰여 있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값진지 모릅니다.
결단
아빠가 남겨주신 믿음의 유산을 아이와 다음 세대에 전하는 통로가 되겠습니다.
아빠처럼 저도 주님께 붙어 풍성하게 열매 맺는 가지가 되겠습니다.
기도
주님 없이 살았던 저희를 구원하셔서, 먼저 성도라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보내신 자리에서 하나님이 이뤄주신 이 모든 것을 증거 하며 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