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단기전도훈련을 다녀와서
4진 이 미희 집사
이번 일본 단기훈련을 통해서 주님은 저에게 순종과 헌신의 모습을 보게 하셨고 열정을 느끼게 하셨고 그리고 치유를 주셨습니다.
23년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던 저에게 이번 단기전도 훈련 여행은 호기심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일본의 3년 생활은 아직도 내 안에 더부룩하게 남아있는 소화불량 같은 시간이었기에 그냥 4진 권사님, 집사님들과 편하게 여행하면서 힐링하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신청했습니다. 금요철야 때 발표하신 소감문을 한 번이라도 들었더라면 절대로 넘보지 못했을 여행이었다는 것을 어제야 알았습니다.
도착한 첫날부터 후지사와 교회의 성도들과 전도를 나갔을 때는 숨이 턱 막혔습니다. 유학 생활하면서 항상 긴장하고 눈치 보느라 주눅 들고 작아졌던 제가 일본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다시 벽에 갇혀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동행한 남자 순장이 자기는 여자표정을 잘 모르겠다면서 말을 들어줄 것 같은 여자를 자기에게 알려달라는 것입니다. 자기가 직접 하지 왜 나를 시킬까 ……. 정말 생명샘 교회만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영혼구원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전 저를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전도여행의 본질과 목적을 놓지 말고 담대하게 행동하게 해달라고 주여, 주여만 외치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그 나이어린 순장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말씀을 전하는 걸 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 챙기는 일본 사람에게서 어떻게 저런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일본에 와서 한 가지라도 붙잡고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잠들 때까지 기도한 내 소리를 들으셨는지 은혜는 다음 날부터 찾아왔습니다. 하루 동안 임동호 선교사님이 직접 저희들과 함께 동행하며 여러 사역지에서 전도지를 나눠주고 포스트 함에 꽂는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철로 이동하는 중에 긴 시간동안 마침 임동호 선교사님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3년 전에 생전 처음으로 생명샘 교회를 나와서 들었던 목사님의 선쉽 킹쉽 말씀이 가슴에 꽂히면서 우리 가정에 기적이 시작된 이야기, 말씀과 치유로 예비시키신 다음에 가족의 곪은 상처를 드러내 아물게 해주신 은혜 등의 간증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 선교사님께서는 제 삶의 간증을 들으면 저절로 전도가 될 것 같다고 하시면서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 격려에 힘입어 금요철야 시간에 처음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생명샘교회는 가정회복 간증이 너무 많아서 마이크를 잡으려면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요하나 교회에서 오자마자 기회를 주셔서 너무 영광스럽다고 여유도 부렸습니다.
전략적으로 유리한 사역지를 찾아 깃발을 꽂기 위해 그 크고 빠른 걸음으로 일본 곳곳을 다니시면서 얼마나 많은 땅밟기와 기도를 하셨을까요, 일본의 복음 전파를 위해서 온 삶을 내놓는 선교사님의 열정이 또 한 번 저를 심경복잡하게 하셨습니다.
세 번째 날은 자매님 들과 일대일 사역을 나갔습니다.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지금은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헌신자 키에꼬자매와 매번 동행을 했는데 그 자매의 신발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 자매가 안쓰러워하며 신발부터 사러 가자는데도 시간이 없다며 해맑게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한사람이라도 더 영혼구원하고 전도하여 교회로 인도하려고 매의 눈으로 무장하고 역주변을 걸어 다녔습니다. 전도와 하느님 일을 으뜸으로 여기는 모습이 생활에서 그냥 묻어 나왔습니다. 오로지 자기만 챙기는 습성이 강한 일본사람이 주님을 만나고 나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고 헌신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시간 시간을 쪼개 가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형제자매님들도 대단하셨고, 일본에 온지 2년밖에 안되었는데도 일본인들에게 능숙하게 복음을 전하는 자매모습을 보면서 예전의 나약했던 내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조금도 불편한 표정 없이 기꺼이 순종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안에서도 무엇인가 조금씩 살아났습니다. 일본 복음의 밀알로 자라나고 있는 많은 젊은이를 보았고 머지않아 그들이 일본의 미래를 이끌어 갈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함께 간 목사님 권사님 집사님들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생활도 불편하고 힘드셨을 텐데 지친 내색 없이 순종하고 따르는 모습이 정말 위대해 보였습니다. 진정한 순종의 모습을 보게 하려고 주님이 저를 인도하셨나 봅니다.
돌아와서 계속 눈물이 납니다. 학업을 중단했던 아쉬움, 힘들고 지쳤던 기억, 내 안에 남아있는 일본에 대한 미움 등으로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어서 한쪽 혀 밑에 숨겨뒀던 내 20대 시절의 중간부분을 이제는 꺼내서 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님은 저를 그 시절 그 또래들을 만나게 해 주셨고 자신감을 회복 시켜 주셨고 열정을 되살려 주셨습니다. 멈춰버린 내 안의 역사를 새롭게 하시려고 저를 인도하셨습니다.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그들도 품어야할 사랑하는 아들딸들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께 순종하는 삶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