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월
정안자권사
빈 손임을 고백합니다.
한 줌 가득 무언가 움키듯 했는데
물인 듯
모래인 듯
어느 새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버린
빈손임을 고백합니다.
어처구니없어 울었습니다.
가슴으로 바람이 넘나들고
가진 것 없는 자로
한 겨울 나무인 듯
허허로워 울었습니다.
자랑도 정열도 한줌 재되어 사위고
쓰야할 시간은
손바닥 넒이보다 좁아
마음만 조급할 뿐입니다.
가야할 길 또한 멀고 아득하고
해야할 일들은 있는 듯 한데
저무는 저녁을 바라보며
홀로 섰습니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고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다하신
그 생각과
그 길이
어떠한지 묻고 또 묻습니다.
생명을 주신 당신께서는
생명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거늘
사랑을 주신 당신께는
사랑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거늘
생명도
사랑도
마냥 제것인 듯 움킨
이 부끄러움을 용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