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미션스쿨에 다니게 되면서 저의 신앙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교-집-교회를 오가는 성실한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학입시를 치르고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여야 할 당시, 저희집은 너무나 가난하여 등록금을 낼 형편이 아니었으므로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 후 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고분자공학과에 원서를 내고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만 하게 해 주시면 졸업 후 주님의 종으로 살아갈 터이니 꼭 입학하게 해 주시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기도대로 장학생으로 합격하여 대학생이 되었음에도 저는 점점 주님곁을 떠나기 시작하여 결국 1학년 2학기부터 완전히 교회도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직장을 옮겨 서울로 왔을 때, 하나님은 직장 동료를 통해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러나, 이미 하나님께 드린 약속을 까맣게 잊어 버렸고 심지어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기에 이른 저에겐 동료의 이야기는 귀찮은 전도로만 들렸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늘어가는 급여와 좋아지는 근무여건, 거기다 IMF란 큰 위기조차 별탈없이 넘기고 있었으므로 점점 교만으로 똘똘 뭉쳐 그 누구의 충고도 듣지 않고 세상에서의 즐거움을 삶의 목표로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갈 줄 알았던 저의 행운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작년 3월초, 저는 제가 믿고 의지하던 세상의 모든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직장도, 차도, 돈도 없는 실직자가 된 저는 완전히 자포자기에 빠져 새벽까지 TV와 컴퓨터 게임으로 밤시간을 보내고 낮엔 하루종일 잠만 자는 폐인의 삶으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세상이 저를 버린 것 같고, 아무것도 할수 없을 것 같은 절망에 빠져 그저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는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 아내는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이 덕자 집사님을 통해 복음을 전해 듣고 생명샘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에 다닌지 얼마 안되어 이외숙전도사님을 모시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딸아이를 위해서 저희 집에서 작정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찬송소리에 잠에서 깨어 속으로 나도 모르게 찬송을 따라 부르곤 했지만 여전히 하나님과 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작정예배가 끝나던 지점에서 저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간 잊고 있었던 대학시절에 하나님 앞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생명샘교회에 등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파를 통해, 그리고 석 진길 목사님의 집회를 통해 지난 잘못을 회개하면서 처음으로 성령님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잃었던 직장과 차를 다시 허락하셔서 지금의 이 물질의 고통에서 구해주실 것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저의 기도에 제가 바라는 만큼 속히 응답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아무리 취업문을 두드려도 모두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이 일이 제게 또한 고통이요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경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받을 준비가 안된 것도 모르고 마음만 급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나중심’으로 살고 있는 저를 주님은 하나하나 다듬기 시작하셨습니다.
실직 후에 경제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장인 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할 상황인데도 아직도 '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야'라는 교만과 '내가 그 힘든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급박하여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대리운전을 평생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한건이라도 더 처리하기 위한 대리운전 업체간의 경쟁, 운전 기사들간의 경쟁, 술에 만취하여 집도 못찾는 손님, 운전기사를 하인 다루듯 하는 손님은 제게 낮아짐과 겸손, 순종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했습니다.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추운 겨울밤 하염없이 걸어야만 하는 상황을 통하여 주님은 무기력하던 제게 오히려 삶의 의욕과 자신감을 찾게 해 주셨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 주님께 매달리고 싶어질 때, 유난히 새벽기도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주님은 어김없이 구성으로 오는 손님을 만나게 해 주시어 새벽기도에 참석하게 해 주심으로 기도에 응답받는 기쁨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회 여러 일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년부교사로, 1부 성가대원으로, 알파섬기미로 봉사를 하다보니 2월부터 대리운전을 하는 시간보다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이지게 되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다른 기사들이 이렇게 해선 필요한 경비도 못 건진다고 충고할만큼 물질의 고통이 더해갔지만, 이렇게 헌신할 기회를 주심은 다른 뜻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저는 맡겨진 교회 봉사를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드디어 주님은 제게 기회를 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2월말 처음으로 서류 전형에 합격하여 면접의 기회를 가지면서 외국인 회사의 면접에 임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또 자신감을 갖게 하셨습니다. 3월 중순에는 두 곳에서 동시에 면접의 기회를 주셨는데 그 중 한곳은 근무조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면접이 진행될수록 그 업체의 저에 대한 평가는 점점 좋아졌고, 저와 제 아내는 이곳이 주님께서 예비하신 곳이라 믿고 아내는 40일 작정기도에 들어갔습니다.
4월의 마지막 주에 최종 면접을 끝내고 합격 통보를 기다리던 저에게 주님은 조건이 좋지 않은 회사를 주셨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 회사에서는 영업용 차량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취직이 결정되었는데도 저와 아내는 차량문제로 심하게 눌리고 있었습니다. 물질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취직하는 것인데 오히려 시작과 동시에 차를 사야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주님의 음성이 있었습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지 않는 자에게 큰 것을 주지 않으시는 주님, 교만한 자에게 복을 주시지 않으시는 주님, 정성이 없는 빈껍데기 헌신을 받지 않으시는 주님이셨습니다.
저와 아내는 저희들의 욕심을 내려놓고 직장을 허락하심에 감사하고 주님의 음성에 순종하기로 하였습니다. 감사함으로 기도하며 차량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을 기도드리고 주님만 바라보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새벽기도 중에 주님께 작은 것에 감사하지 못한 것과, 불평한 것과, 교만 한 것과 진정과 정성으로 헌신하지 못했던 저의 죄를 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를 채용하기로 사실상 내정했다가 취소했던 그 회사에서 혹시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연봉과 근무조건을 제시하면 출근해 줄 수 있는지를 문의해 온 것 입니다.
주님께서 저의 회개를 받으시고 다시 역사하신 것입니다. 감사기도 중에 주님께서는 여호수아 14장 12절 말씀을 제게 주셨습니다. "그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당신도 그날에 들으셨거니와 그 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할찌라도 여호와께서 혹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필경 여호와의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
주님께선 16기 알파를 섬기는 다른 지체를 통해 마음을 잃지 말라는 말씀도 주셨습니다. 저와 아내가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마음과 헌신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로 약속하고 새벽 기도와 잠자기 전 기도로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나아가던 중 5월 11일 새벽 기도 중에 저는 주님이 항상 함께 하심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16기 알파의 마지막 날인 5월 13일, 99%까지 결정이 되었음을 통보받았습니다. 그러나, 저와 아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기로 결단하고 더욱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드디어 5월 21일 토요일 오전에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사함으로 일주일을 근무하였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근무하며 세세한 근무 규정을 하나 하나 알아가면서 저는 주님께서 제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가장 좋은 것으로만 예비해 놓으신 놀라운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저와 제 아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고 기도해주신 이진수목사님과 중보기도팀, 그리고 이외숙 전도사님과 여러 지체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부족한 남편을 위하여 80일간의 작정기도로 저를 지지하고 격려해준 사랑하는 아내 김 순녀에게 감사하며 모든 영광을 주님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2월 29일 현성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