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정안자권사님의 멋진 신앙고백 시(I)

작성자 이옥경 날짜2007.08.17 조회수4174

이 가을은


정안자 권사


 


주님!


이 가을은 열매로만 말하게 하소서


제 각각 토해내지 못한 울분으로 하여


숨 몰아 쉬며 눈물 흘리지만


무언가 닿을 듯 말듯한 아쉬움 속에


못내 움키지 못한 아픔으로


잠 못이루는 밤이 있지만


버선 목 뒤집듯 속내를 다 들어내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명치 끝이 울리지만


이 가을만은 침묵하며 다만 열매로만 말하게 하소서


 


저 맑은 하늘 끝


잎새는 모두 바람에 지고


붉은 빛으로


보라 빛으로


갈색으로 영글어


제 모습 들어내는 저 열매로만 말하게 하소서


 


푸른 잎새 속


낮이면 햇살이 따갑고


밤이면 이슬에 젖고


내리는 비에 마냥 숨죽이고


바람이 불면 또 그렇게 흔들리며


못내 감추어 안으로 안으로만 살찌워온 열매


 


목마름과 더위에 견딘 그 인고와


비바람에 부대끼던 그 시달림도


어제인 듯


그제인 듯


모두 접고 열매로만 영글어온 나날들


 


오 주님!


이 가을만은 깊은 고요속에 마른 가지로 우뚝 서 있는


저 감나무로, 포도나무로, 밤나무로만 말하게 하소서


이 가을만은 다만 열매로만 말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