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나눔

인지테라피 소감 - 나윤정집사

작성자 관리자 날짜2010.07.16 조회수1675

제 47차 인지테라피를 다녀와서....



나윤정 집사



우울증 약을 끊은 지 4개월.


지난 주 금요일 오후에 갑자기 피로와 함께 불안이 몰려오면서 과호흡과 손저림이 있었다. 남편과 주위 사람들을 불러 도움을 청하고 안정을 취했다. 함께 기도하고 찬양을 하는데 그 동안 이런 것들에 많이 목말라 있는 나를 발견했고 정말 원없이 하나님만 생각하면서 찬양하고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월요일부터 인지테라피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급하게 결정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 엄마에게 다시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과 대구에 내려가신 지 이틀 밖에 되지 않은 엄마를 불러 4일 동안 원진이를 부탁하는 일이 마음에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엄마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 있더라도 꼭 말씀을 드리고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흔쾌히 올라와 주셨고 나는 모처럼 기저귀를 뺀 가벼운 가방을 들고 교회버스에 올랐다. 수양관에 도착해 먼저 점심을 먹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 불편한 잠자리..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도우미들의 말대로 매시간 성실히 참여했다.


첫째날. 침묵으로 자신과 데이트를 하는 시간, 사모님께서 그 동안 살면서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고 풍선에 이름을 쓰고 터트려보고 찰흙으로 그 사람을 만들어보라고도 하셨다. 난 내가 용서할 수 없을 만큼 미운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엔 아버지였는데 복음 안에서 용서했었기에 그다지 나쁜 감정이 올라오지 않았다. 계속 묵상을 하는 가운데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풍선에 못난 내 모습을 그리고 풍선을 터트렸다. 찰흙으로 내 모습을 만드는데 쓸쓸하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예배실에 돌아와 내가 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 동안 챙겨주지 못한 것, 사랑해 주지 못한 것들을 사과하고 끝까지 너를 아껴주고 곁에 있어주겠다고 힘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조금씩 풀렸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프로그램 간간이 있는 웃음치료 시간에는 아무 이유없이 웃는 게 좀 어색하긴 했지만 진행자가 요구하는 대로 큰소리로 웃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배꼽을 잡고 웃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깔깔깔 웃었다. 그리고 웃는 일은 나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뇌는 바보 같아서 우리가 입꼬리만 위로 올리고 있어도 웃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우울감을 방치해 둔채 그 감정으로 뇌를 길들여놓았었는데 이제는 웃음으로 이 바보같은 뇌를 다시 길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뇌가 바보같다는 게 고마웠다.


둘째날은 가계도를 그리며 자신의 어려움의 원인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그 부분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적극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가계도를 그려놓고 보니 문제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배후에 있는 마귀의 계략과 실체를 보게 되었다. 정말 치열하게 내쫒아내고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했던 행복했던 시절을 머릿속에 그리며 내 생각 속에 들어와 나를 괴롭게 하고 우울하게 했던 그 사단을 정말 미워하는 마음으로 내치며 꾸짖고 예수 보혈의 피로 당장 떠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내 구역질이 났고 도우미가 함께 기도로 도와주니 구토가 나왔다. 속이 좀 후련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셋째날은 강의를 들으면서 나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목사님께서 우울증 강의를 하실 때 우울증에 잘 걸릴 수 있는 사람의 성격 특징에 내가 다 해당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또 무거워지고 운명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듯해 기분이 안 좋았다. 그런데 역경지수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또 다른 소망을 발견했다. 역경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특징 3가지에도 내가 다 해당되는 것이다. 갑자기 ‘그래 난 할 수 있어!’ 라는 자신감이 생기고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 속에 상처가 올라와 아플 때는 하나님이 나와 얘기하려고 하시는 거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번 테라피에 게스트로 딸이 오고 도우미로 엄마가 오신 분이 계셨는데 딸이 자기 속에 상처 때문에 아파서 울 때 그 어머니가 멀리서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 우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하나님의 마음을 묵상해 보았다. 얼마 전 아들 원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이마를 다쳤는데 다음 날 친정집 탁자에 같은 자리를 또 부딪혀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그 때 아파서 우는 원진이를 안고 달래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했다. ‘얼마나 아플까..’ 그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내가 수년 전 ‘하나님은 내 상처를 다 치료하셨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하나님.. 이게 뭐예요.. 다친 자리 또 다쳤어요.. 전 하나님이 싫어요.. 하나님한테 상처 받았어요’ 하며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님이 이런 날 보고 많이 아파하셨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날은 토설하고 축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방언을 받았고 이제는 사단이 무섭지 않았다. 내 삶에서 또 다시 사단이 나의 옛 죄를 들춰내고 나를 혼란스럽게 할 때 나는 하나님이 주신 이 하늘의 언어로 기도하고 예수 보혈의 피로 쫒아내고 이겨야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시절 묵상했던 말씀이 생각난다. ‘너희가 죄와 싸우되 아직 피흘리기까지는 대항하지 아니하고(히12:4)’ 나의 전쟁은 지금부터다. 죄와 싸우되, 마귀와 싸우되 피를 흘리기까지 싸워야한다. 그래서 머지않은 미래에 꼭 승전가를 부르며 주님께 나아갈 것이다.


테라피에 참석할 수 있도록 사건을 배열하시고 많은 깨달음과 은혜를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믿음의 동역자들의 중보기도와 남편과 친정 엄마의 섬김, 셀원들의 격려와 지지에 많은 힘을 얻었다.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영광을 올려드린다.